기억하지 못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강스포 리뷰

by 남이월

우리는 종종 영원을 동경한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우정, 영원한 행복, 영원한 삶. 그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영원에 기대를 걸고 이번에는 다를 거라며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러나 모두가 알듯 영원이란 없기에 그런 희망은 끝끝내 무너지고 우리는 이미 알고있던 사실에 절망하고는 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사실 지금의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다. 계절에 맞춰 보고 싶다면 겨울, 특히 연말에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가 워낙 잘 만든 영화기에 언제 봐도 감상에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터널 선샤인]의 주제는 바로 이 영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영원하지 않아도,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영화이다.



첫 장면에서 직장인 조엘은 발렌타인데이에 회사를 빼먹고 몬탁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그곳에서 클레멘타인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둘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얘기를 나누며 사랑에 빠진다.


다음 장면에서 조엘은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에게 사과하기 위해 발렌타인데이에 그녀의 직장으로 찾아가지만 그녀는 조엘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알고보니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회사 라쿠나에 찾아가 인위적으로 조엘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조엘도 홧김에 해당 회사를 찾아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조엘은 자신의 뇌속에서 헤매며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지워가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남겨두고 싶은 기억만 늘어간다. 결국 기억을 지우는 작업이 클레멘타인과 함께 얼어붙은 찰스 강 위에 누워있던 기억에 다다르자 조엘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취소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기술자들에게 닿지 못하고 기억은 점점 더 지워져만 간다. 그러자 조엘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다른 기억으로 도피하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끝내는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러는 와중, 현실세계에서 라쿠나의 사무 직원인 메리는 조엘의 집에서 그의 기억을 지우던 도중에 원장인 하워드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원장은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메리의 간절한 부탁에 메리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하워드 원장의 아내가 건물 밖에서 그 현장을 목격하고 메리에게 “원래 네 것이었으니까 가져”라고 얘기하며 떠난다.


그 말에 혼란스러워 하는 메리에게 하워드 원장은 사실 우리 두 사람은 예전에도 사랑했으며 메리 자신의 부탁으로 그 기억을 지웠다고 털어놓는다. 메리는 이 사실에 분노하며 기억을 지우기 위해 사용한 고객들의 녹음 테이프를 라쿠나에 다녀갔던 모든 고객들에게 돌려준다.


다음 장면에서 오프닝 씬이 반복되며 첫 장면에서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만남이 기억을 지운 후의 만남임이 밝혀진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함께 밤을 보내고 다음날 호기심에 메리가 보낸 테이프를 돌려보지만 해당 테이프에는 서로에 대한 욕이 가득했고 이에 화가 난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집을 박차고 나간다. 조엘은 그녀를 따라가 설득하는데 클레멘타인은 결국 테이프에 담긴 자신의 모습 때문에 다시 헤어지게 될 거라며 두려워 한다. 그러나 조엘은 그 말에 대해 “뭐 그럼 어때요”라는 식으로 반응하며 웃고 클레멘타인도 따라 웃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터널 선샤인]은 2004년에 개봉한 SF 로맨스 영화이다. 영화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남자의 뇌속을 돌아다니며 그가 점점 어떤 태도로 바뀌는지, 그리고 기억을 잃고 난 이후에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재회하여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것임을 암시하며 끝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조엘이 클레멘타인에 대한 마지막을 기억을 잃어버리는 장소이자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처음 만나는 장소인 몬탁의 해변가 씬이다. 그곳에서 조엘은 결국 기억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자신의 기억속 가상의 클레멘타인에게 조엘은 이렇게 말한다. “이 순간을 음미해야지”


조엘의 이 대사를 통해 자신을 지운 클레멘타인에 대한 원망 -> 똑같이 기억을 지우겠다는 복수심 -> 후회 -> 체념이라는 조엘의 심경 변화가 마무리 된다. 그날 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몬탁 해변의 한 별장에 몰래 들어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몬탁에서 만나자”라고 얘기한 뒤 그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앞에서도 말했듯 조엘의 심경 변화가 잘 드러났기 때문인 듯하다. 클레멘타인을 잊어가는 현실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며 별장 안에서 자신의 상상속 클레멘타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겨울밤의 바다와 잘 어우러져 아주 낭만적인 장면으로 그려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터널 선샤인]의 명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데, 테이프 녹음을 들은 뒤 같은 이유의 이별을 두려워하는 클레멘타인에게 “뭐 그럼 어때”라고 하는 조엘의 말은 우리가 영원한 것에 집착할 필요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도전과 변화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조엘의 당당한 반응에 클레멘타인도 웃음을 터뜨린다.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억하지 못해도, 영원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영원을 동경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원을 바라고 실패하고, 또 좌절하고는 한다. 그러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그런 우리에게 “그럴 필요 없어”라는 담담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동시에 어느 시기의 좋지 않은 기억을 지우지 못한다고 해도 그런 기억들이 모여 한 사람을 형성해내는 것이기에, 몇몇개의 기억으로 너무 괴로워하지 말라는 조언도 함께 들려준다. 영화의 그런 따스한 교훈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만나 이터널 선샤인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영원에 집착한 적이 있는가? 또는 영원을 바라다가 큰 좌절을 맛본 적이 있는가? 그런 이들을 영원한 햇빛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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