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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May 19. 2022

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타났어요

책방 접고 돈에 푹 빠지다.


책방을 접을때 진짜 사유를 쓰지 못했다. 질타를 받을까봐서.

언제 접었지 코로나 터지고 다들 금방 끝나겠지-하던 즈음 스리슬쩍 정리했다.

커피 머신과 갖은 집기들은 운좋게 이틀 뒤 전부 좋은 가격에 처분했고 모든 물품들이 주인을 만나 떠났다.

매일 오전 하는일은 당근 거래로 오신 분들에게 가게 문을 열며 가지고 가면 된다고 안내하는 일이었다.


서점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들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같은 경우는 책 팔고 먹고 사는 일에 점점 염증을 느끼고 책 마저 돈 주고 사기 아깝다, 커피 값이 아깝다라고 하는 사람들을 엄청 미워하고 있었기에 얼굴에 다 드러났을지 모른다.

인간 혐오가 심해졌고 그냥 다 싫어졌다.

먹고 살기 힘든 직업이라 생각하고 아예 동정하는 듯한 눈빛도 지긋지긋하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로 보고 힘들다고 하면 그럼그렇지 좋아했다. 어쩌라는건지 

가게 세는 어떻게 마련하냐는 질문, 처음엔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사람을 아주 불쌍하게 취급하려는 그 인터뷰들이 싫어서 진실을 이야기했다.

'여긴 우리집이다'라고 


허탈해 하더니 그래서 이 일을 할수 있지, 아니면 어림없다.라는 반응을 했다. 아냐 다들 열심히 정말 좋아해서 진실로 책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고 모든 일을 털어서 할수도 있는데 왜 .. 또 그렇게 생각하지?

이 눈치를 봐야 하는 내가 웃겼다. 뭔가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래할수 없는 이유가 자신감도 없고 떳떳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시받지 않을 사람이 되자고.

그러다 몇 달 마다 으레 하는 '책방 접고 다른 일 할까?'하는 남편의 말에 당장 그러자고 대답했다.

내 입에서 순순히 나와서 나도 놀랄 정도였다.


뭐 그렇다, 거창한 이유없었고 자산가가 되서 마음 편히 살자.

시작할 땐 내가 좋아서 한 일을 나중엔 남편이 아쉬워했고 시간이 지나 다시 해보고 싶다 했고 나는 어떠한 미련도 없었다.

책방 접을때 약간 배신감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돈에 미쳐서 그런다고 그런데 그때보다 돈이 좋아지고 돈이 나에게 오는 삶을 만들면서 난 더 건강해졌다.


그깟 돈, 그런다고 부자가 될것 같아? 라는 말도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하라 싶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건 나에게 달린 일이고 내 목표는 자유, 건강, 가족이다. 


돈=속물 그 공식에서 나왔다. 뭔가 수줍어 하며 돈과는 거리가 먼 척 하는 것도 그덕에 고상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나는 돈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이후 내 입에서 책방 접었고 그건 실패라고 인정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접음을 폐업이라 지칭할수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그렇게 지났고 이제 나에게 왜 글써서 출판물 만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책을 많이 팔아서 좋을때 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좋고 그때보다 수식없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돈을 존중하고 있다. 


브런치는 일기장으로 다시 활용하기로 했다. 

예전 글을 읽으니 되게 센치한척 하고 잘 쓰려고 있어보이려고 하는 글을 쓰려고 한게 보인다.

지금도 그 버릇 못고치고 지금도 뭘 쓰지, 쓸수나 있을까? 고민만 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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