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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Feb 11. 2019

01. 한여름의 판타지아

독립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았다. 감독이 작품을 위해 고조시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을 탐방하며 작품의 방향성을 잡는 이야기인데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고조시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주리)을 걸고 '주리 카페'를 운영하는 장면으로 오랜 단골이 시간에 맞춰 모닝세트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주리 사장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같은 것, 항상 같은 맛 그것 때문에 와요'라고 대답한다. 세상이 빨리 바뀌고 그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세상에 어쩌면 한 줄기 빛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고 만다는 그런 불안감들이 나는 거북하다.

물론 무슨 일이든 장단점은 있기에 그것을 일일이 열거한다면 다시 돌고도는 이야기가 되지만 어쨌든 그의 말은 무척이나 일리 있으며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일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주리 사장이 만들어 온 샌드위치와 내린 커피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무척이나 정겹다.

바에 앉아 나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한 곳이 마음에 들고 편안함을 느끼면 늘 그곳만 떠올리고 당연한 듯 그곳으로 향한다.

기념일 케이크는 늘 우리의 추억을 담당했던 그곳에서 사고 축하하는 일이 있을 땐 우리의 추억과 함께 했던 그곳으로 가 풍성한 마음을 나눈다.

그러는 나에게 남편은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 늘 거기만 찾는 내가 이상하 다곤 했지만 언제나 좋은 곳이든 나쁜 곳이든 함께 나눴기에 우리 마음에 들어버린 곳은 여전히 함께 군말 없이 간다.

우연찮게 발견한 곳이 우리의 아지트가 되기도 하고 더 좋은 곳을 만나 우리의 추억을 계속 쌓아가기도 한다.


이것은 오래된 지루하다면 무척이나 지루한 나의 루틴인데 늘 가던 곳에 앉아 새로운 걸 먹거나 늘 좋아하는 메뉴를 사람들과 먹거나 소개하는 일은 무척이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된 곳이라는 안도감과 실패가 없다는 생각에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의 확실한 리스트를 가진 것 같아 든든하기도 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도 늘 그 자리에서 나의 풍경을 담당하던 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서운함과 슬픔, 그리고

좋아하는 곳이 여러 사정으로 사라져 갈 때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미 그것은 먼 과거가 되었을 때도 크게 상심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가 마음을 기대고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을 담당해오는 곳이 오랫동안 기분 좋게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그런 보물 같은 장소를 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주리 카페가 늘 오랫동안 변치 않고 사람들의 일상에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람들에 마음에 쉼이 되는 책방으로 남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해야지.

좋은 방향으로 항상 같은 것, 항상 같은 커피맛으로 존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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