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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an 03. 2017

이십 대, 인생의 습작

#오늘 나는 인생을 마음껏 연습해도 괜찮다

인생의 습작
습작 : 시, 소설, 그림 따위의 작법이나 기법을 익히기 위하여 연습 삼아 짓거나 그려 봄. 또는 그런 작품

습작의 사전적인 개념에 따라 우리 인생의 습작을 정의하면 아마 이십 대일 것이다. 


이십 대는 인생을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과연 지금 이 연습을 계속해도 될까 하는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내가 무엇인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을 이룬다면 오늘의 습작이 가치로운 일일까?  내가 만일 그려오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다면 내 습작은 무가치한 일이 되는 것일까? 


오늘 나는 인생을 마음껏 연습해도 괜찮은 걸까? 



많은 주변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의 이십 대가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초콜릿에 지금을 비유하면 아마 다크 초콜릿 정도 되는듯하다. 카카오 100% 다크 초콜릿처럼 지금은 조금 쓰다. 


때론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마음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곁에서 점점 줄어들어간다.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유턴만 계속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를 붙잡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가며 겨우겨우 차선을 유지해본다. 


내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나는 지금의 이 현실이 그저 꿈만 같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지금이 너무 허황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 지난 시간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런 것일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보여서 그런 것일까? 답은 없다. 단지 실타래처럼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에 엉켜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지금도 내일도 아닌 먼 미래의 나를 그려본다. 지난날의 일상, 공기, 기분 그리고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을 미래의 내가.. 이십 대의 나를 돌아본다면 어떨까?


내 이십 대는 가장 찬란했던 순간 이리라.. 그러나 가장 아득한 시간 이리라..


아득한 지금의 순간들을 그리워할 나를 위해 조금 더 친절히 지금을 묘사해두고 싶다.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혼란과 안락을 동시에 느끼는 이십 대 어느 날의 내가 그립고 그리워질 순간을 위해서 지금을 열심히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이 힘들든 기쁘든 지금이 생각나지 않아 그리움에 몸서리칠 나를 위해서 말이다. 


후회하거나 눈물 흘리며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도록.. 아주 소중했던 추억을 더듬 더 기리기 위해서.. 마치 이십대로 다시 돌아와 새롭게 살아가는 듯 치열하고도 뜨겁게 살고 싶다.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더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하던 젊은 날의 나로 기억하고 싶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아파하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던, 그런 빛나는 나로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 작품

지금 이 습작에 멋진 묘사든, 눈물이 흘러 번져버린 그림이든, 잘 쓰이지 않던 글이든, 잘 풀리지 않아 죽죽 그어버린 낙서든, 그것이 무엇이됐든 내 이십 대의 습작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싶다. 

 

내 인생이라는 마지막 작품을 위해 나는 이 습작의 순간들에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비록 걸작이 아니라도 좋으니 후회 없는 작품을 위해서 지금을 마음껏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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