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인생을 마음껏 연습해도 괜찮다
인생의 습작
습작 : 시, 소설, 그림 따위의 작법이나 기법을 익히기 위하여 연습 삼아 짓거나 그려 봄. 또는 그런 작품
습작의 사전적인 개념에 따라 우리 인생의 습작을 정의하면 아마 이십 대일 것이다.
이십 대는 인생을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과연 지금 이 연습을 계속해도 될까 하는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내가 무엇인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을 이룬다면 오늘의 습작이 가치로운 일일까? 내가 만일 그려오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다면 내 습작은 무가치한 일이 되는 것일까?
많은 주변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의 이십 대가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초콜릿에 지금을 비유하면 아마 다크 초콜릿 정도 되는듯하다. 카카오 100% 다크 초콜릿처럼 지금은 조금 쓰다.
때론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마음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곁에서 점점 줄어들어간다.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유턴만 계속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를 붙잡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가며 겨우겨우 차선을 유지해본다.
내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나는 지금의 이 현실이 그저 꿈만 같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지금이 너무 허황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 지난 시간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런 것일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보여서 그런 것일까? 답은 없다. 단지 실타래처럼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에 엉켜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지금도 내일도 아닌 먼 미래의 나를 그려본다. 지난날의 일상, 공기, 기분 그리고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을 미래의 내가.. 이십 대의 나를 돌아본다면 어떨까?
내 이십 대는 가장 찬란했던 순간 이리라.. 그러나 가장 아득한 시간 이리라..
아득한 지금의 순간들을 그리워할 나를 위해 조금 더 친절히 지금을 묘사해두고 싶다.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혼란과 안락을 동시에 느끼는 이십 대 어느 날의 내가 그립고 그리워질 순간을 위해서 지금을 열심히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이 힘들든 기쁘든 지금이 생각나지 않아 그리움에 몸서리칠 나를 위해서 말이다.
후회하거나 눈물 흘리며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도록.. 아주 소중했던 추억을 더듬 더 기리기 위해서.. 마치 이십대로 다시 돌아와 새롭게 살아가는 듯 치열하고도 뜨겁게 살고 싶다.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더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하던 젊은 날의 나로 기억하고 싶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아파하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던, 그런 빛나는 나로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 작품
지금 이 습작에 멋진 묘사든, 눈물이 흘러 번져버린 그림이든, 잘 쓰이지 않던 글이든, 잘 풀리지 않아 죽죽 그어버린 낙서든, 그것이 무엇이됐든 내 이십 대의 습작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싶다.
내 인생이라는 마지막 작품을 위해 나는 이 습작의 순간들에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비록 걸작이 아니라도 좋으니 후회 없는 작품을 위해서 지금을 마음껏 누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