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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an 09. 2017

느리면 좀 어때

#시험에 떨어져도 큰일 나지 않아

느림과 용기


나는 무엇이든 늦었다. 이해도 느렸고, 배우는 것도 느렸고, 걸음도 느렸다.

대학도 친구들보다 늦게 갔고 이젠 취업도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하게 됐다.

내가 시험에 떨어지고 많은 이들이 그런 말을 했다. "용기 잃지 마라"

시험에 떨어진다고 용기를 잃어야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남들보다 좀 늦다고 용기를 잃어야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용기를 잃은 적이 없는데 왜 용기 잃지 말라고 말하는지 그걸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데 왜 주변이 오히려 더 안 괜찮은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시험은 내가 떨어졌는데 왜 나는 많은 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해야 하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그냥 다 모르겠다.


근데 말이다. 좀 늦으면 어떤가? 100세 시대에 20대부터 직장을 가지면 80년 가까이 일해야 하는데 좀 늦어서 70년 정도만 일하면 안 되는 건가? 세상이 원하는 기준과 세상이 바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추고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지난 시간을 달려왔던 거지?


사람도 못 만나고 불안에 쩌려 폐인처럼 책만 보던 지난날의 대가가 고작 이런 성살과 눈물 이어야 하는가? 많은 이들의기준에서 나의 지난날은 무가치한 것이 될 것이다. 시험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합격만을 위해 내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쏟은 것이 분명 아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노력을 기울였고 또 결과 역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한 마디로 하자면 나는 내 지난 날에 미련이 없다.


왜 주변에서 더 안달들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싶다. 이제야 용기가 생겼다. 이제서야 더욱 간절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위해 발을 내딛을 용기가 생겼다.


나는 남들이 정한 틀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내 삶을 살고 싶다. 느려도 좋고 돌아가도 좋고 힘든 길을 가도 좋으니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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