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 두렵다
예전에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적어도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잖아."
"남자 친구가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어. 음.. 그래도 고독하지는 않은 거 같아."
"외로움과 고독이 달라? 같은 거 아냐?"
"아니. 달라. 나는 외로움은 견딜 수 있어. 다만 고독을 견딜 수가 없어. 내가 두려워하는 건 고독이야."
"대체 둘이 무슨 차이가 있는데?"
"외로움이 내 옆에 누군가 없는 기분이라면 고독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랄까.."
외로움과 고독함
나는 외롭다는 말과 고독하다는 말을 엄격히 구분해서 쓴다.
처음부터도 내게 두 단어는 다른 의미였다. 고독사라는 말은 있지만 외로움 사라는 단어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난 고독이란 단어가 싫었다. 더 정확하게는 두려웠다.
내게 고독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의미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내게 외로움은 내 옆에 누군가 없다는 의미다. 그것은 견딜 수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때론 고독했고 때론 외로웠다. 내가 가장 고독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어둠 속을 혼자 걷는 듯한 상황이었다. 세상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아무리 걸어도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이 어둠이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나는 고독을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는 것조차도 두려운 순간들이었다.
내가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문득 옆을 돌아봤을 때 나에게 말 한마디를 걸어줄 누군가가 없었을 때였다. 연인, 가족, 친구. 그중 누구도 내 옆에 없을 때 외로웠다. 그리고 나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더 외로웠다. 진짜 내 사람이 곁에 없다는 생각은 나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남자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던 것은 아마 이 때문일지 모른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 옆에 그 사람이 없다면 나는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외로움에는 끝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언젠가는 내 옆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달까..
사전에 두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외로움 : [명사]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 독 : [명사]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둘은 분명 다른 단어였다.
상관관계
물론 외로움과 고독함이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이 둘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외로움과 고독은 구름과 비 같다. 구름이 많은 날은 비가 올 확률이 올라간다.
이처럼 외로움이 쌓이면 고독이 된다. 외로움이 커지거나 가장 외로울 때 고독해지는 것이다. 외로움은 고독의 필요조건과 같다. 고독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꼭 구름이 많다고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외롭다고 해서 고독한 것은 아니다. 나를 감싸줄 사람들이 있어도 혼자 있는 순간에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외로움이 고독이 되지는 않는다.
사실 굳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가끔 외로울지라도 절대 고독하지는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