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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un 28. 2018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난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 두렵다

예전에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적어도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잖아."


"남자 친구가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어. 음.. 그래도 고독하지는 않은 거 같아."


"외로움과 고독이 달라? 같은 거 아냐?"


"아니. 달라. 나는 외로움은 견딜 수 있어. 다만 고독을 견딜 수없어. 내가 두려워하는 건 고독이야."

"대체 둘이 무슨 차이가 있는데?"

"외로움이 내 옆에 누군가 없는 기분이라면 고독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랄까.."


외로움과 고독함

나는 외롭다는 말과 고독하다는 말을 엄격히 구분해서 쓴다.


처음부터도 내게 두 단어는 다른 의미였다. 고독사라는 말은 있지만 외로움 사라는 단어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난 고독이란 단어가 싫었다. 더 정확하게는 두려웠다. 


내게 고독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의미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내게 외로움은 내 옆에 누군가 없다는 의미다. 그것은 견딜 수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때론 고독했고 때론 외로웠다. 내가 가장 고독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어둠 속을 혼자 걷는 듯한 상황이었다. 세상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아무리 걸어도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이 어둠이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나는 고독을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는 것조차도 두려운 순간들이었다.


내가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문득 옆을 돌아봤을 때 나에게 말 한마디를 걸어줄 누군가가 없었을 때였다. 연인, 가족, 친구. 그중 누구도 내 옆에 없을 때 외로웠다. 그리고 나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더 외로웠다. 진짜 내 사람이 곁에 없다는 생각은 나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남자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던 것은 아마 이 때문일지 모른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 옆에 그 사람이 없다면 나는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외로움에는 끝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언젠가는 내 옆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달까..



사전에 두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외로움 : [명사]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  독  : [명사]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둘은 분명 다른 단어였다.

상관관계

물론 외로움과 고독함이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이 둘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외로움과 고독은 구름과 비 같다. 구름이 많은 날은 비가 올 확률이 올라간다.


이처럼 외로움이 쌓이면 고독이 된다. 외로움이 커지거나 가장 외로울 때 고독해지는 것이다. 외로움은 고독의 필요조건과 같다. 고독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구름이 많다고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외롭다고 해서 고독한 것은 아니다. 나를 감싸줄 사람들이 있어도 혼자 있는 순간에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외로움이 고독이 되지는 않는다.


사실 굳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가끔 외로울지라도 절대 고독하지는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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