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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un 22. 2018

나는 숲도 나무도 아닌 하나의 나뭇잎이었다

#너무 특별해서 아주 평범한 존재

난 항상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나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면서 살았다. 힘이 들어도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던 순간들도 있었다.


때론 온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 같던 날도 있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은 날도 있었다.


평범함은 기피해야 할 대상이었고 나는 그렇게 특별함을 주입하면서 살았다.




꿈꾸는리얼리스트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불면증도 이 특별함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밤 특별한 순간을 그려보고 생각하느라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특별한 순간에서 시작된 상상의 나래는 나를 배우로 만들었고 나는 오지 않은 미래의 순간을 침대에 누워 경험하고 있었다. 


아주 어릴적에는 호랑이가 집에 들어와 호랑이 등에타고 여행하는 상상을했다. 한참 학교를 다닐 때는 1등 하는 상상을 했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을 그렸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나를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을 꿈꿨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 어떤 시나리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은 일들이 매일 밤 펼쳐졌고, CG 없이도 나는 SF나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


이런 나는 허황된 미래를 꿈꾸는 몽상가일까? 아니. 나는 리얼리스트다. 밤샘 촬영에 잠못 이루고도 아침이면 곧잘 현실로 돌아왔기때문이다. 사실 내가 침대에 누워 꿈꾸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아마도 초등학교때 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즐겁고도 피곤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이런 불면의 밤들이 나를 버텨내게 하는 힘이었다. 스스로에게 희망을 채워주던 순간들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1등은 아니었어도 나는 2을 했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지만 더 나은 방향을 찾았고,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서 지금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산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특별함은 희망이었다. 나는 매일밤 희망을 꿈꾸는 리얼리스트였다.


아주 평범해서 너무 특별한

처음에는 내가 꿈꾸는 것들이 특별했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내가 꿈꾸는 것들이 너무도 평범한 것이란 것을 알게됐다.


그건 내가 숲도 나무도 아닌 하나의 나뭇잎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나뭇잎들은 다르지 않다. 다른 나무에 달려있지만 나무에 영양을 공급하고 산소를 만드는 일을 한다. 사람도 모두가 다르지 않다. 누구나 살아간다. 기쁜일도 슬픈일도 겪으면서 살아간다. 희망이나 꿈을 품고서.


그러나 나뭇잎은 모두 다르다. 나뭇잎은 특별하다. 뾰족한 나뭇잎도 있고 둥근 나뭇잎도 있다. 단풍잎도 있고 솔잎도 있다. 조금 일찍 떨어지는 잎도 있고 오래도록 나무에 붙어있는 잎도 있다. 사람도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채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사람이다. 나도 한 명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세상에 나같은 사람은 없다.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나와 똑같은 기대를 가지는 사람도 없다. 마치 세상에 똑같은 나뭇잎이 하나도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특별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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