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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Jul 04. 2019

좋은 사람 되기

#좋은 사람? 겁쟁이? 나는 어느 쪽인가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 무던히도 애썼다.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괴롭힘을 당했던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좋은 사람이 되어보고자 애썼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골라서 뱉었고 그 대화의 공기가 무거워질까 혹시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까 마음 졸이며 외줄 타기를 하듯 사람을 대했다. 인사를 건네는 순간의 표정과 몸짓을 신경 썼고 그 순간 상대의 반응에 그날의 기분이 좌우되곤 했다. 누간가 나를 반긴다면 괜히 기분이 좋았고 반대로 그 사람이 나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면 그와의 지난 순간들을 되짚어보며 실수한 것은 없는지 찾곤 했다. 


피곤했다. 타인의 작은 반응에 크게 걱정하고 크게 기분 상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다시 상처 받게 될 거라고, 사람들이 너를 미워하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음으로 때론 상처 받아도 참았고 무조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분명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그른 선택을 한 적도 있다. 모든 상황을 다 알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얽히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빠지기도 했다. 강 건너 불구경을 보듯 여러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에 속하지 않고자 애썼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의 위치에서 나를 지켜냈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때론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졌지만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이것이 사회생활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인가?


그러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마저도 좋은 사람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으로, 너그러운 사람으로 보이고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나를 보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쳤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지만 사실은 겁나서 숨은 것 밖에는 되지 않았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 겁쟁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었고, 약한 이들에게는 더 세심한 배려로 나를 낮추고, 강한 이들에게는 더 강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고 싶었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나는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또 나는 타인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나를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으로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내가 아니라 남에게 있었다. 남이 좋으면 나는 좋은 사람. 남이 나쁘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작 내가 좋고, 내가 싫고는 판단 기준에 없었다.


나를 판단하는데 내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건 스스로를 속이고 타인에 맞춰 연기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비겁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쌓아온 몇몇의 관계가 무너지고 몇몇의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은 원래 갖고 있어서는 안 될 관계였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를 좀먹고 혹여나 내가 싫은 소리를 듣고 상처 받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게 하는 관계는 끊어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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