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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Feb 03. 2016

참 막막한 막막함

#험난함이 삶의 거름이 되어 

참 막막하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도대체 어떻게 이 순간을 헤쳐나가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들지 않을 때 그런 순간에 사람들은 "참 막막하다"고 한다. 사전에는 막막함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막막하다 1 (寞寞--) [망마 카다]
[형용사] 1. 쓸쓸하고 고요하다. 2.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답답하다. 3. 꽉 막힌 듯이 답답하다.

막막하다 2 (漠漠--) [망마 카다]  
[형용사]1. 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다. 2. 아득하고 막연하다. [유의어] 끝없다, 난감하다, 넓다

의지할 데 없어 외롭고 답답하며 아득하고 막연한 느낌. 그것이 막막함이다.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 막막함을 느끼는 순간도 다르고 그 감정도 각기 다르다. 내게 있어서의 막막함 역시 다른 사람의 막막함과는 다르다.

내게 있어 막막함이란

시간은 멈춰버리고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 순간이다.

세상이 모두 일시 정지된 기분이 들 때 나는 막막함을 느낀다.

 

막막함이란 감정은 참 얄궂다. 두려움과는 다른데 두려움의 한 종류일 수도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막막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내일이 어떨지 어떤 일이 일어나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살게 될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절대 막막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일 일을 알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늘을, 현재를, 이 순간은 살아간다. 한치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치란 3센티를 의미한다. 눈 바로 앞도 3센티는 넘을 것 같은데.. 우리는 눈 바로 앞, 즉 3 센티 앞의 일도 모르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1초에 한 걸음을 걷는다고 쳐도 1초에 3센티는 훨씬 더 걸을 수 있다. 그렇게 치면 우리는 1초 앞도, 한 걸음 앞도 모른 채 사는 것이다. 그래서 막막하다. 그래서 막막함을 느낀다.


나는 모든 것이 막막한 순간이면 그런 생각을 한다. 그냥 시간을 타고 떠내려 가고 있다고.. 오늘을 타고 시간을 흘러가다 보면 내일에 닿을 것이다. 어떤 내일에 닿을지 우리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흘러도 어제에는 절대 닿을 수 없음 뿐이다. 떠나온 어제는 어떤 곳이었을까? 궁금해서 뒤돌아봐도 어제는 까마득하니 보이질 않고 그저 오늘을 흘러 흘러가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어느 쪽으로 갈 지조차 선택하지 못한다. 방향을 잃은 나는 그저 오늘을 타고 갈 뿐이다. 내 의지는 무력하고 그저 흘러다. 몽롱하다. 약에 취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몽롱하다. 진공 상태의 커다란 유리병 안에 담긴 기분,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지금 그냥 이상태. 아니면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 혼자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 세상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는 듯한 느낌.

내가 느끼는 막막함은 "막막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막막함을  정의할 수 없다. 아니 아직은 정의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두렵고 무섭고 공허한 감정을 "막막하다" 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아직은 찾지 못했다. 언젠가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막막하다 보다 더 멋진 말로 정의하고 싶다.

조금은 막막해도 괜찮다

막막함은 유쾌한 감정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막막해도 괜찮다. 비록 지금 모든 것이 막막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지금 이 막막함의 이유를 알 수 있겠지.. 다 알고 인생을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막막함도 어떻게 보면 더 다이나믹한 삶을 위해 인생이 준 하나의 수수께끼 문제이자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내겐 아직 젊음이 있다. 막막하다고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다. 막막하면 막막한 대로 막막함을 느끼면서 나아가자.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분명히 새로운 시작이 있을 것이고 열심히 오늘을 타고 흘러가다 보면 더 멋진 내일에 가 닿을 것이다. 지금 이 험난함이 삶의 거름이 될 것임을 믿으며..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청하-험난함이 삶의 거름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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