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 Mar 17. 2016

할매

# 세상 가장 큰 이름

할매


"할매, 자장가 불러도" 하고 떼라도 쓰면
"마 입 다물고 자레이" 하시던 우리 할매는
"앞집 개야 짖지 마라 뒷집 닭아 우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잔다" 하고 자장갈 불러주셨고

"할매, 빵게 묵고싶다" 하고 반찬 투정하면
"거 참! 아무끼나 주는 대로 무라 캐도" 하시면서도  

내 손을 잡고 시장엘 나가

"여, 게 다섯 마리만 담아주소" 하셨습니다

"할매, 나도 커피 쪼매만 도" 하고 보채면
"얼라는 이른 거 마시는 거 아인데,
한 빵울만  남가 줄 테니까 그거만 무라" 하셨는데

받아 든 잔에는 커피가 반이나 남아있었고

"할매, 소 보러 가자 가자" 하고 소맬 잡아끌면
"나무 집 소 그거 만데 보노?" 하시면서도
"자, 업고 가자"

하시며 굽은 허릴 내주셨는데

자장가 불러주시던 그 목소리가
손잡고 따라가던 장터 그 모습이
한 모금 남겨주시던 커피가
옆 집 소의 굵다란 눈망울이
할매 목을 따라 흐르는
여러 줄의 계곡을 타고 떠내려갑니다

다 떠내려 가 버리기 전에
할매 귀에 큰 소리로
"할매, 참말로 사랑한데이"
"이래 잘 키아 조가 진짜로 고맙데이"
하고선 우리 할매 무릎 베고
낮잠 한 번 자 봤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설레는 이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