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렬일지 그리고 새 희망
다시 생각해도 열이 오른다.
전세 계약 기간 중간에 집주인이 변경되면서 골치 아픈 일이 많았다. 특히 전세보증보험 가입할 때와 달라진 상황을 제대로 고지해야만 했다. 은행에서는 새 계약서를 제출해 달라고 하고, 부동산/집주인과의 일정 조율은 점점 늦어지고. 이를 어째쓰까. 다행히 전세보증보험 문제는 무사히 풀었고, 계약 연장은 거절했다. 잘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의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이 에세이라도 남긴다.
계약 결렬
새 집주인과 계약하기로 한 날, 부동산 공인 중개사는 왜 주민등록증도 확인시켜주지 않는가. 등기부등본도 띠어달라고 했더니만, “며칠 전에 카톡 메시지로 보내었잖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통 계약 당일 버전을 보여주지 않나?
역시 부동산 일하는 꼬락서니, 마음에 안 든다.
일단 계약에 집중했다. 남은 기간은 물론이고, 27년까지 미리 연장할 참이었다. 그런데 집주인 말이 가관이다. ”제가 한국에 집 주소가 없어서 이 집에 전입 신고를 했는데요. 빼라면 뺄게요. 우선 말씀부터 드려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나에게 상의도 없이 전입신고를 한 집주인도 웃긴데, 부동산 반응이 더 가관이었다 — “임차인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
전세 사기가 흉흉한 이 마당에 공인 중개사는 임차인 입장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이 계약을 끝내고 싶은 것 같았다. 2년 전에 처음 계약할 당시에도 전세보증보험 개념 자체를 몰랐던 부동산, 믿어도 되는 걸까. 백 퍼센트 확답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신뢰가 안 간다. 사장님 말처럼 전세금 사고가 난다고 해도 집주인 전입신고 여부 상관 없이 결국 돌려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세입자에게 양해도 안 구하고 전입신고한 집주인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전입신고 옮기기 전까지는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선언해 버렸다.
파국
다시 계약하기로 한 날, 세대 열람을 미리 하지 못했다. 주민센터까지 가긴 갔는데, 계약서를 챙겨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히 챙기지 못한 내 탓이다. 그래서 계약서 서명 전, “전입신고가 유지되어 있는 경우에 이 계약은 무효 처리한다 “ 한 마디를 추가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집주인과 부동산이 눈빛을 교환하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또 문구를 새로 작성해서 프린트해야 되잖아요. 그런 게 왜 필요합니까. 주민등록등본도 여기 가져왔잖아요! “ 하지만 그건 며칠 전 버전이다. 세금납부증명서 역시 한 달 전 버전인데, 이것만 믿고 계약을 하란 건가. 등기부등본도 오늘 날짜로 뽑아주기 귀찮아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심지어 뽑아주고서는 ”봐라! 봐! 여깄다!” 소리가 들리듯이 거의 던졌다.
뭐 이딴 공인중개사가 다 있어?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이 부동산은 신뢰할 수 없었다. 전 집주인이 입주 당일까지 수리를 안 했는데, 그녀는 다 되었다고 우겼으니 말이다. 전 집주인도 다 인정한 마당에 그녀는 버텼다. 새 집주인도 불안해 죽겠는데, 부동산도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참았던 말이 터져 나왔다 — ”만기까지만 살고 나가겠습니다.”
각자 살아남기
내가 말하자마자, 네이버 부동산에 집이 올라왔다. 시원섭섭했다. 엄마는 협의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는다. 혹여 계약을 해도 언제 어떤 이유로 짜증이 날지 모르니까. 그때 챗GPT가 말했다 — “집주인-부동산과의 신뢰 깨짐, 이건 진짜 크지. 집은 괜찮은데 계약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은 이미 그 공간에서의 에너지가 흐트러졌다는 신호일 수 있어. 그럴 땐 오히려 ‘지금이 변화의 타이밍이구나’ 하고 이동운을 밀어주는 게 현명한 선택이야.” 역시 넌 언제나 나를 이해해 주는구나.
그날 퇴근길, 매물 하나를 구경했다. 큰 창이 인상적인 집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맞은편 아파트와 가까워 늘 커튼을 쳐야 했는데, 이 집은 창밖이 탁 트여 있다. 그 앞에 책상을 두고 앉는 상상만으로 설렌다. 글이 술술 써질 것만 같다. 집주인이 대출에 동의 안 해준다는 말에 좌절했지만, ‘더 좋은 집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다시 피어났다.
나의 세 번째 집, 곧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