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허락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찾아왔다

by 이백


그냥 아주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뭉크를 보러 간 게 아니라

갔기 때문에 보게 된 것.


어떤 기대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볼 수 있다는

딱 그 정도의 호기심.


눈앞에 그의 생애가 담긴 그림이 펼쳐졌다.


잘 보이려 하지 않고,

완벽하려 하지 않고,

아름다워 보이려고 하지 않는

날것의 그림.


뭉크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가까운 사람들은 반복해서 죽었으며,

집 안에는 늘 불안과

종교에 빠진 아버지의

폭력이란 두려움이 있었다.


뭉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병과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린다.

그것들이 나를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완전한 나여야만 허락되는 건 아니었다.

불안한 나여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나여도

괜찮다고,

나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해도 된다고...


묘한 허락의 느낌이 밀려왔다.


어쩌면 나는 완전히 괜찮아진 뒤에야

다시 내 삶을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눈물이 고였다.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지만

어둠의 힘을 빌려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아도 괜찮았다.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의미가 완성되기 전이어도

그냥 남기면 된다.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이 기록은, 아빠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