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아빠에게 닿지 않을 편지

by 이백


아빠에게


아빠?

입 밖으로 불러보려니 너무 어색해.


아빠를 못 본 지,

아니 안 본 지 이제 십 년도 넘은 것 같아.


살면서 문득문득 아빠가 생각나.

잘 살고 있을까.

우리 가족 생각은 하면서 살고 있을까.

혹시 어디 아프진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날 때면

가끔 꿈에 나와.


좋은 꿈은 아니야.

이미 죽은 아빠를 만난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아빠의 비보를 듣고

급히 비행기를 타는 꿈.


한 번은 그런 꿈도 꿨어.

아빠가 찾아와 나한테 용돈을 주는 꿈.

우습지?


우리가 함께 살던 시간 속에서

나는 부단히 도 아빠가 미웠고 무서웠어.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우리를 대했고,

때로는 폭력으로 통제했잖아.


내가 기억하는 아빠는

아빠 이름 석자의 인생만 있고

부모로서의 삶은 안중에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십 년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아빠였던 순간이 분명 있었던 것 같아.


초·중·고 졸업식엔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대학에 갈 때는

타지에 처음 간다고

엄마랑 함께 내려와 줬잖아.


그때는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그 자체로 무서워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 곁에 있었다는 게

가족이라는 이름의 모습이었나 싶어.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아빠가 요즘 시대의 아빠였다면,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다른 환경에서 살았다면

좋은 아빠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미워하는 마음 말고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다시 내 아빠 해줘.


그땐 아픔 말고

사랑이 많은 아빠로 만나고 싶어.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옛 기억과 상처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지난 일에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딸로 태어나서 미안해.

나이 먹고도 여전히 이래서 미안해.


그래도

건강은 하셨으면 좋겠어.

하지만 행복까지는 아직 못 빌어드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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