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소리로 가득 찬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를 보다가
주인공 정해인이
부모의 가정폭력 장면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영상에 담긴 그 폭력의 소리는
어렸을 적 들었던
내 부모의 그 소리와 너무 같았다.
순간 나는
그때로 돌아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술에 취한 아빠의 거친 숨.그에 맞서는 엄마의 고함.
수십 분 동안 지속됐던
살의 마찰음.
그 소리는 천둥번개처럼
나의 뇌에서 울린다.
나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오빠에게 물었고,
아니, 가만히 있어.
오빠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 혼자서
아빠를 말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내 이불을 뒤집어쓴다.
듣고 싶지 않아
뒤집어쓴 이불속에서
나는 더 귀를 기울인다.
살의 마찰음,
정적과 고함이 반복된다.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 보지만,
전쟁 같기도
천둥번개 같기도 한 소리와
나의 심장 소리가 뒤죽박죽 섞여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간다.
이 순간이
제발 끝나기를.
눈을 깜빡인다.
주위를 둘러본다.
천장과 핸드폰을 바라보고
내 발의 감각을 찾아본다.
숨을 쉰다.
이건 지금의 일이 아니다.
나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조용히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