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소리

어떤 기억은 장면이 아니라 소리로 남는다.

by 이백

나는 소리에 예민한 편이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목소리만 들으면 누군지 맞힐 수 있고,
어떤 말투는 따라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그게
그냥 재미있는 재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왜 내가 소리를 그렇게 잘 기억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어떤 기억은
장면이 아니라 소리로 남는다.

나는 내가 울던 목소리보다
오빠가 울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내 목소리는 기억하기 어렵다.
그때의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숨을 죽였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표정이나 말보다
목소리가 먼저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른의 목소리가 한 톤만 달라져도
그날의 공기가 바뀌었고,
나는 그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는 쪽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를 흔드는 건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그때의 울음과 숨,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다.

나는 지금도
말보다
목소리에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