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
아빠의 폭력이 있었던 다음날
아빠는 일찍이 보이지 않았고,
집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원래라면
주방의 칼질 소리나 싱크대 소리,
텔레비전 소리가 있었을 텐데...
그날은
고요함만이
집안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향했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뒷모습만으로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엄마..."
조심스럽게 엄마를 불러보았다.
대답이 없는 엄마...
엄마 뒤편에 조용히 앉아보았다.
"너는 어떻게 나와 보지도 않니?."
내가 듣고 싶었던
엄마의 목소리가 아니다.
나를 흘겨보는 눈빛과
처음 들어보는 말투..
머릿속에서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대답할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조용히 일어나
내 방으로 돌아와 방 한가운데 앉는다.
나는 어젯밤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시간도 같이 흐른다.
엄마와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아니...
나는 엄마와 멀어진다.
그렇게 한동안 앉아 있던 내 모습은
마치 내가 본 엄마의 뒷모습과 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