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의 중앙은행 – 목표

인플레이션율 2%, 실질 경제성장률 2-3 %, U-3 실업률 4-5%

by 나이 많은 학생

FOMC가 통화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은 대부분 FOMC 의장 (현재 제롬 파월 Jerome “Jay” Powell)이 결정문을 읽고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기자회견의 시작은 연방준비제도의 두 가지 책무 (dual mandate)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묘사로, 연방준비제도의 두 가지 책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확보 (stable price and maximum employment)”입니다. 이는 사실 연방준비제도법 Federal Reserve Act 2조 A항 Section 2(A)의 일부입니다. 의회가 연방준비제도법을 만들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거시경제운용목표를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두 가지로 정했습니다. 이는 한국이나 유럽의 중앙은행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들이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됩니다.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은 어느 정도를 뜻하는지, 물가가 변화하지 않고 일정한 것이 물가 안정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율이 연 10퍼센트에 달한다 해도 연 50프로보다는 안정된 것이므로 수용가능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율과 물가상승률은 같은 뜻으로 모두 사용합니다) 물가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근로소득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뜻이라 (예컨대, 어떤 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10년 전에도 3800만 원이었는데, 지금도 3800만 원인 경우 – 대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값도 김밥값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경우), 기술발전 등으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을 고려할 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률이 바람직할까. 미국 FOMC는 2퍼센트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물가 안정의 수치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지표가 다양합니다. 어떤 상품 가격이 비싸질 때 소비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같은 기능의 더 싼 제품으로 대체하지는 않고, 원래 소비하던 상품/브랜드를 그대로 소비한다고 상정하고 계산하는, 전통적 의미의 소비자물가지수 (Consumer Price Index, CPI), 혹은 적당히 같은 기능의 더 싼 제품으로 대체한다고 상정하고 계산한 소비자물가 지수 (개인소비지출지수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PCE) 등이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물가지수에 근원 (core) 물가지수(날씨 등 외부충격요인에 민감한 농산물 및 지정학적 위험에 민감한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와 전체 (headline) 물가지수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FOMC 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어떤 소비자물가지수를 중점적으로 보느냐도 달라져온 것 같습니다. 2006년부터 두 번 FOMC 의장을 연임하여 재직하고 2014년에 FOMC를 떠난 벤 버냉키 박사님(경제사, 금융/거시경제)의 경우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근원 개인소비지출 지수 (core PCE)를 이용한 인플레이션율이 2퍼센트가 되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그 후에 FOMC 의장이 되신 재넷 옐렌 박사님(노동경제학)도 이를 따르는 것으로 보여서, 미국 FOMC의 물가안정 목표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지수 (core PCE) 상승률이 2퍼센트가 되는 것으로 본다는 것에 합의가 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비드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판데믹)과 2022년 우크라이나에 일어난 전쟁을 겪으면서, 2022년 미국 물가상승률이 1980년대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2022년 6월에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headline CPI) 기준 물가상승률이 연율로써 8.9퍼센트에 달했습니다), 해당 시기 FOMC 의장이던 제롬 파월 박사님(법학)의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headline CPI)및 모든 물가 관련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2022년 및 2023년 FOMC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설명되었고, 통화정책 결정문 (FOMC statement)에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2023년 말 2024년 초 현재 아직 모든 물가 지표가 대략 3퍼센트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2퍼센트대에 근접할 정도가 되면 근원 개인소비지출 지수 (core PCE) 기준의 인플레이션에 더 많은 비중을 부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FOMC 통화정책의 책무는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 확보이고, 물가안정은 곧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율이 2퍼센트가 됨을 의미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대 고용”이란 수치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첫째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실업률 지표입니다. 미국의 실업률 지표는 6가지가 존재하지만, 그중 “U-3 실업률”이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의 실업률과 맞대응합니다. 실업자의 수를 전체 경제활동참가자 (실업자와 취업자 합계)로 나눈 것입니다. 이 “U-3 실업률”이 대략 4.5 퍼센트 혹은 그보다 낮아지는 상태가 2020년대 초 미국 경제 규모에서는 “최대 고용 혹은 그 이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4.5 퍼센트는 경기변동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의 실업률이고, 이는 2020년대 초반의 여러 가지 지표를 근거로써 이론적으로 계산된 추정치입니다 (FRED 경제지표 데이터베이스 참조). “자연실업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왜 0 퍼센트가 아닐까요? 더 좋은 직장을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잠깐 실업상태에 있기도 하고, 기업의 흥망성쇠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020 코비드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판데믹) 직전의 미국 U-3 실업률은 3.6퍼센트였고, 2022년 3월부로 다시 3.6퍼센트를 회복했습니다. 2022년 및 2023년 내내 3퍼센트 중후반의 실업률을 유지했습니다. 즉, 최대고용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FOMC는 다른 실업률 지표들 및 인구통계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더 이상 내가 가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가 없으니 구직활동의 노력이 무의미하다”하고 실망하여 구직활동을 4주 이상 멈춘 사람들을 “실망실업자 discouraged workers”라고 하는데, 이들은 앞서의 전통적인 U-3 실업률에 따르면 마치 은퇴한 사람들처럼 간주되어 “경제활동 참가 인구”에서 빠져버리게 됩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실업률이 낮아져서,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미처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실망실업자를 광의의 “실업”인구에 포함시키는 “U-4 실업률”도 중요합니다. 비슷하게 계속 실업자의 정의를 확대하여, “U-5 실업률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해당 4주를 빼고 지난 1년간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었던 사람들을 모두 실업자로 집계)”, “U-6 실업률 (U-5에 더하여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실업자로 집계)”까지 있습니다. 이외에도 경제활동참가율 자체와 이민자 유입 수 등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말 2024년 초 현재, FOMC는 최대 고용 책무는 달성하고 있지만 물가안정 책무 달성에는 근소한 차이로 실패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방준비제도 이전의 두 중앙집중형 중앙은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