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어학원(?) SFI에 대해 알아보자.
언어는 문화의 반영한다고 한다.
한 나라의 문화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어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가치관, 행동양식을 얘기하는데, 이 것은 곧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탄생하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인 언어가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스웨덴에 온 지 곧 3년이 다 되어간다. 8월에 왔으니까... 2달 정도 지나면 스웨덴 생활 3주년을 맞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스웨덴어를 거의 못한다. 물론 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단어 정도는 안다. 돼지고기, 소고기, 치킨, 양파 등등...
그럼에도 사실상 스웨덴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다. 물론, 스웨덴에서 생활을 하니 하면 좋겠지만, 그걸 배우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얻는 것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새로운 언어를 배울 것이라면 스페인어나 독일어, 불어 등을 배우는 게 추후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스웨덴어는 스웨덴에 정말 정착할 것이 아니라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핑계는 대지만 사실 석사 생활하면서 전공 공부의 압박 때문에 안 한 게 맞다. 석사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고, 심적, 육체적 고통이 동반하였기에...)
그런데, 이제 스웨덴 유학 생활의 제2막, 박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최소 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살게 될 것이니 이제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다른 글을 읽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스웨덴어를 쓰기도 해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니 이건 안 배우면 앞으로의 생활이 고달파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나는 스웨덴에서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SFI라는 걸 신청해서 수강하기 시작했고, 이 SFI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등록하고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Swedish For Immigrants(SFI), 즉 이민자를 위한 스웨디쉬라는 명명하에 스웨덴에서는 스웨덴어 수업을 무료로 진행해주는 기관이 있다. 말 그대로 이민자를 위한 수업이며, 16세 이상이고, personal number가 있다면 들을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주간반, 저녁반으로 나뉘어 있고 주간반은 일주일에 20시간, 저녁반은 일주일에 6시간을 진행한다. 나는 저녁반을 다니고 있기에 주간반은 자세히 모르지만, 주간반을 다니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표가 나와있고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을 알아서 선택해서 듣는 구조라고 한다. 내가 듣는 저녁반은 화요일, 목요일 2일에 걸쳐서 3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린셰핑은 SFI 교육기관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Birgittaskolan이고, 다른 하나는 Astar라고 한다. 둘 다 시내에 위치해 있으며, 등록은 Birgittaskolan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한다. 두 기관이 수업 방식이라던가, 커리큘럼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SFI 에는 보통 A부터 D까지 레벨이 있고, 이 것을 가르치는 코스는 SFI1, SFI2, SFI3로 3가지가 있다. 다만, 이렇게 알려져 있긴 한데 지역마다 나누는 기준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싶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에 따라 코스를 나누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SFI1 - Level A부터 시작하는 코스 -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코스
2. SFI2 - Level B부터 시작하는 코스 - 기본적인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Latin계열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3. SFI3 - Level C부터 시작하는 코스 -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코스
그리고 수업을 꾸준히 수강하다 보면 시험을 통해 해당 레벨에 대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지역은 잘 몰라서, 린셰핑을 기준으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등록은 Birgittaskolan에서 일괄적으로 신청하게 된다.
주소 : Klostergatan 49, 582 23 Linköping
필요한 서류는 딱히 없다.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는데, 자세한 안내는 홈페이지 https://www.linkoping.se/forskola-och-utbildning/vuxenutbildning/ansokan-och-antagning/
를 참고하도록 하자. (스웨덴어로 되어있음.)
나는 교육기관도 두 개로 나뉘어 있고,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찾아가서 신청을 하였다. 기관을 찾아가면 Reception이 있고, SFI를 등록하러 왔다고 말하면 신청 서류를 주며,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한다.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고, 기본적인 인적사항 (이름, 주소, 연락처) 외에 스웨덴어를 공부한 적이 있는지, 최종학력이 어떻게 되는지, 학교를 몇 년 정도 다녔는지 작성하게 되어있다.
(여기서 조금 당황한 건 학교를 몇 년 다녔는지 적는 것이었는데.... 대학을 4년 다녔다고 해야 할지, 추가학기 포함해서 적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뭐 어떻게 적든 아무 상관없겠지만)
그리고 수업을 배정받는데 까지 약 2개월이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고, 배정을 받으면 우편으로 관련 내용을 보내준다고 했다. 여기서 난 우편으로 받는 게 좀 불안해서 이메일로 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우편으로만 준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채 안돼서 수업 배정을 이메일로(!?) 받았다. 뭐, 다른 친구는 우편으로 받았다고 하니 대체 내부에서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수업 배정을 받으면 사람에 따라서 레벨 테스트를 보기도 하고 안보기도 한다. 정말 어떤 방식으로 이걸 나누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나 어떤 사람은 처음에 기초적인 레벨 테스트(문제풀이 및 스피킹 테스트)를 본 사람도 있고, 그냥 가서 스웨덴어로 안내 정도만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아예 테스트 없이 반 배정을 받은 사람도 있다. 기관도 앞서 말한 대로 Birgittaskolan으로 배정받은 사람도 있고, Astar로 배정받은 사람도 있다. 기준은... 모르겠다...
(그래, 이 곳이 바로 케바케의 나라 스웨덴이다.)
안내 메일에는 간단히 수업 시간과 장소, 강사 이름 정도만 간략하게 나와있었고 해당 시간에 맞춰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가니,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유럽계열로 보이는 사람, 중동 계열로 보이는 사람, 딱 봐도 인도인 몇 명,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나 한국인. 대화하는걸 보아하니 한 절반 정도는 예전부터 수업을 듣는 사람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나처럼 처음 오는 사람인 듯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입장하시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Only Swedish로 진행한다.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단어의 의미 같은 건 영어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정말 가끔이다. 질문도 스웨덴어로, 대답도 스웨덴어로, 중요한 안내사항이고 뭐고 전부 스웨덴어로만 한다. 이게 좀 멘붕일 수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 학교에서 그나마 스웨덴어 수업을 듣고 와서 기초적인 것을 알기에 망정이지 아예 처음 오는 사람은 정말 당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언어를 배우려면 이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첫 수업이니 만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했다. 이름은 뭐고, 직업은 뭐고, 어디 살고, 몇 살이고, 스웨덴어는 왜 배우려고 하고 등등 정말... 학교에서 미리 수업을 듣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었으면 멘붕의 연속이었을 듯 하하
자기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했고, 둘씩 짝지어서 대화도 하고, 프린트물을 가지고 리스닝, 리딩 등의 일반적인 수업도 진행했다. 종종 문법적인 설명도 같이 하면서
첫 수업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그다음부터 수업은 처음 1시간 정도 speaking 수업 (날마다 주제가 있어서 간단한 안내, 혹은 강의 이후에 두 명 혹은 세명씩 짝을 지어서 대화하는 방식), 그리고 쉬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 리스닝 문제풀이와 간단한 뉴스 읽고 문제 풀기로 나머지 시간을 가졌다.
스웨덴어 공부는 하고 있지만, 스웨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기엔 아직도 까마득하다. 주변에서는 공부라고 생각하면 잘 안 늘고, 드라마나 만화 등을 보면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 뭐 이런 조언도 해주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지만... 의지가 부족한 나로서는 별로 와 닿지가 않는 얘기이다. ㅠㅠ
그래도 천천히 꾸준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하는데, 두둔... 이제 여름방학이라고 한다. 무려 한 달 동안... 사실 요즘 학교도 여름방학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직원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갔다.) 솔직히, 나도 그냥 7월엔 안 나와도 될 거 같은데, 집에서 쉬어도 딱히 할 것도 없고 어디 여행을 가거나 한국을 갈 계획도 없어서 그냥 사무실에 나와서 적당히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도 다음 글엔 여름을 맞이하여 갔다 온 독일 여행 글을 한번 적어볼까 한다. 박사생의 여름휴가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