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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Jun 30. 2024

졸업 논문 작성을 시작하다

이제 박사의 최종 과정이 시작되었다

마라톤에서 사람들과 같이 달리면,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계속 달리다 보면, 좁혀지지 않는 차이에 내가 잘 달리고 있는지 종종 잊게 된다. 그러나 뒤를 돌아봤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내가 이만큼이나 달려왔구나.




2016년 석사를 시작하고, 2019년 박사를 시작했고, 이제 2024년 졸업을 할 때가 다가왔다. 하루하루 내 마음가짐은 그저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자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스웨덴 린셰핑이라는 도시에 오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한 곳에서 오래 지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스웨덴이라는 한 나라에서, 린셰핑이라는 한 도시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살았다는 게 새삼 대단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든다.


이제 5년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의 하이라이트인 디펜스를 준비하고 있다. 원래 연초에 세웠던 계획으로는 봄에 저널 논문 2개를 제출하고, 1개를 더 작성하여 졸업 논문 작성을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나도 들어야 하는 남은 수업들이 남아있었고, 지도교수는 그룹장이어서 일이 많다 보니 점차점차 늦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논문 작성은 취소하고 이미 작성한 2개를 제출하는 것으로 내 박사연구는 마무리하고, 디펜스 준비에 들어가자고 합의가 되었다.


남들 다 휴가 가는 스웨덴의 여름에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현실이 조금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 된 김에 박사의 마무리 과정 논문 작성과 발표(디펜스)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글을 한 번 작성해 보고자 한다.


1. 디펜스 6개월 전

나는 이미 좀 늦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졸업 시기가 다가온 박사생은 6개월 전부터 슬슬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는 크게 작업을 준비한다기보다, 일정을 조율하고, 논문 작성의 기초공사를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 학과 일정에 맞춰서 구체적인 디펜스가 가능한 날짜를 확인한다.

- 디펜스 요구사항이 충족되었는지 체크한다. 요구사항으로는 대표적으로 90학점(credits)이 충족되었는지를 본다.

- 지도교수는 Opponent(상대자),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 미리 연락하여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 도서관에 연락하여 출판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확인한다.


2. 디펜스 3개월 전

이제 확인 과정이 아닌 실제로 등록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각종 필요한 서류를 수집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 PhD study board에 디펜스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 온라인에 출판될 졸업 논문에서 활용되는 연구 논문들에 대한 저작권 허락을 받아놓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Spikning 신청서까지 작성해야 한다. Spikning이 무엇이냐 하면, 영어로 Nailing이라고 하고, 스웨덴 박사과정에서 중요한 전통인 논문을 못에 박는 과정을 뜻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신청서만 작성하면 된다.


3. 디펜스 2달 전

2달 전에는 최소한 논문 초안이 작성이 완료되어야 한다. 이 논문 초안은 인쇄 전까진 수정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일정을 맞춰야 하므로, 제한이 따른다. 그 초안을 심사위원들과 상대자에게 배포하고, 본격적인 디펜스를 준비한다. 그리고, 학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야 한다.


4. 디펜스 3주 전

3주 전에는 박사생은 논문의 카피를 10개 준비하여 학과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못 박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학장과의 면담 이후, 사무실에서 망치와 못을 받아서 지정된 곳에 못을 박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못을 박는데, 학교마다 벽에다 박는 곳도 있고, 기둥에다 박는 곳도 있고 다양하다.



왜 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냥 전통이라고 그런다. ㅎㅎ 이걸 무슨 일정에 맞춰서 서류까지 준비하고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스웨덴은 이 과정을 상당히 진지하게 여긴다는 대답을 들었다.


못을 박는 과정이 끝난 이후엔, 심사위원들과 상대자에게 인쇄가 완료된 논문을 건네주고, 발표를 준비해서 하면 된다.


5. 디펜스 이후

디펜스 이후에는 학과에 연락해서 학위장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학위를 받으면 자동으로 졸업식에 초대가 되니 즐기면 된다고 한다 ㅎㅎ


Etc. 논문작성

사실 가장 중요하지만, 일정에서 대충 넘어간 논문 작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 보려 한다. 앞선 일정에도 나와있지만, 최소한 2달 전에는 초안이 완성이 되어야 한다. 사실 초안이라고 하지만, 2달 전에 완성을 해야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없이 실제로 수십 권을 인쇄해야 하기 때문이고, 앞에서 말한 저 못 박는 의식에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우리 학과에서는 정해진 양식이 없다. 대부분이 비슷한 양식으로 작성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자유롭게 작성이 가능하다는 게 부연 설명이다. 표지도 마음대로, 인사말 정도는 한국어로 작성을 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짧게나마 자국의 언어를 곁들인 논문이 꽤나 많다. (물론, 논문 전체가 한국어로 적혀있으면 심사가 불가능하니까 안되지만 ㅋㅋ)


그래도 너무 자유롭게 작성이 가능하다고 하면, 쓰는 박사생들이 멘붕이 올 수 있으니까 몇몇이 공유하는 양식이 있는데, 이걸 기준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작성은 Latex를 이용한다. 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Texstudio인데, 굳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Overleap 같은 사이트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건 위에 사진처럼 문서를 코드를 사용해서 작성하면, 알아서 양식에 맞게 (글자 폰트, 크기, 이미지 삽입 등) pdf 파일로 출력해 준다. 일반 Word 같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보다 이걸 사용하는 이유는 수식 작성과 참조 (Reference)가 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번 그림이 있을 때, 이걸 본문에서 활용하려면 그림 1. 이런 식으로 쓰다가 나중에 그림의 위치가 바뀌어서 번호를 1번에서 2번으로 바꾼다면, 본문에서 그걸 참조한 '그림 1.'이라고 쓴 곳을 모두 찾아서 2번으로 바꾸는 작업이 따라온다. 이 작업을 Latex에선 자동으로 바꿔준다. 물론, 그림뿐만 아니라 수식, 표, 참조 논문 다 똑같이 자동으로 양식에 맞게 바꿔줘서 편하다.


프로그램에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어떤 내용이 논문에 작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먼저,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 내용은 정해진 규칙 같은 게 아니라 일종의 참고용도일 뿐이며,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작성해도 상관없다.


박사논문은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뉜다. 파트 A는 Background, 파트 B는 Publication이다. 먼저 Publication은 여태까지 박사과정에서 써왔던(졸업 논문에 포함된) 논문들을 첨부하는 것이다. 박사과정 중에 작성된 모든 자료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고, 이 연구와 연관된 것만 간추려서 첨부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평소에 제출한 논문들은 각 저널 혹은 학회에서 제공된 양식에 따라 작성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양식의 통일성을 위해서 조금씩 다 수정해야 한다. 표의 크기, 이미지의 크기, 수식의 크기 등이 대표적이다. 필요에 따라 글씨도 조금씩 바꿔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Latex가 좋다)


그리고 사실상 논문의 메인 파트는 Background 파트인데, Background라고 표현하는 게 조금 옳지 않은 표현인 거 같다고 생각이 들지만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도 조금 애매한 게 사실이긴 하다. 일단 단어에 너무 집착하는 거 자체가 조금 시간 낭비이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살펴보면


- 배경 지식

첫 번째로, 써야 할 내용은 논문에 대한 찐 Introduction으로 이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주가 된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현재는 어떤 상황이며, 왜 연구를 진행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다. 가끔은 다른 분야의 논문을 읽을 때 이 Introduction 만 읽는 것도 지식 함양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 본인의 기여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작업이니 아주 당연하게도, 내가 뭘 했는지에 대한 서술이 필수적이다. 여기선 사람마다 작성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본인이 작성한 논문을 나열하면서, 어떤 점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해서 서술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형식에 꼭 구애받을 이유는 없다.


- 본격적인 Background

이제 학문적인 지식을 서술할 차례이다. 논문에서 쓰인 모든 지식 자료를 총합하여, 내가 참고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여 작성하기 시작한다. 이걸 왜 Background라고 불리냐면, 여기에 서술되는 내용은 새로운 내용들이 아니라 기존의 연구된 것을 총 망라해서 기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은 이미 Publish 된 세부 논문으로 증명이 된 것이기에 Background 지식으로써 기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분류로 Background 아래에 여러 가지 연구 항목들이 들어가고, 거기에 본인의 연구 결과와 앞으로의 연구방향이 포함되어 작성된다.


그 밖에도, Acknowledgement, Abstract, Notations, Bibliography 등이 들어가는데, 이는 딱히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생략한다.


이리하여 약 40페이지 정도에서 많게는 100 페이지가 넘는 파트 A와 나머지 파트 B로 구성된 논문이 완성된다. 


끝으로

박사과정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이전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조금 씁쓸한 현실에 대해 얘기했었다. 현재 우리 학문의 현실과 스웨덴 대학의 위상과 실제 업계 분위기와 어른으로써의 생활 등등...


언제나 인생은 문을 열어가는 과정 같다. 하나를 열면 또 다른 세상에 떨어져서 그걸 헤쳐 나가야 한다. 다음 문을 열기 위해서 이 스웨덴 박사의 세상에서 이제 새로운 문을 하나 열고, 새로운 세상에 떨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한편으론 두렵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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