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보 씨가 외벌이잖아. 그리고 이제 승진하셔야지. 가족도 벌어먹여 살려야 하고, 너는 아직 젊고 기회도 많잖아. 그러니깐, 이번엔 굿게임 한 걸로 하자구."
오박사와 면담을 마친 피카추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1년 동안 그 부서에서 가장 놀고먹은 사람이 잠만보였다. 나이가 많고 업무량이 적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선배니깐 늘 그러려니 했었다.
더군다나 피카추에게 가장 많은 일을 넘겼던 것은 다름 아닌 잠만보가 아니었던가? 매번 잠만보가 못하겠다는 일로 인해, 저녁 약속이 잡힌 날도 취소해야 했던 날들이 떠오른 피카추는 갑자기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피카추, 왜.. 왜 그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이러지?"
이어진 생각은 멈추지 않고, 피카추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잠만보는 늘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었다. 업무 시간에는 늘 휴게실로 가서 잠자기 일쑤였고, 늦게 퇴근하는 이유는 메일을 늦게 보내서 본인의 일이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실제 그가 보내는 메일은 오전 중에 발송이 되지 않으면, 어디에도 쓰임새가 없었다.
문득 피카추는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그 그 작년에도 본인은 젊고 기회가 많다고 이야기 한 오박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월급날도 아닌데 잔뜩 분노에 가득 찬 피카추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으며, 사무실 일대가 흔들린다.
"아니, 피카추.. 왜... 왜 그래?"
"저도 잘 모르겠어. 요..."
"피카추!! 괜찮아? 이봐, 이봐~~~!!"
"피... 카...... 츄......!!!!!!"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던 피카추의 몸에서 순간 5천 볼트의 "정전기"가 흘러나왔다.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피카추가 입고 있던 "니트"에 손을 댄 오박사 님은 "탓탓탓" 소리와 함께 감전되고 말았다.
(회사 안에서 글을 쓴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누군가를 지칭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둘째 아들이 빠져있는 피카추 캐릭터를 넣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흐른 점은.. 사과드린다. ;;; )
회사가 되었든, 집에 되었든, 친구 사이가 되었든 간에, 감정의 정화는 정말 정말 중요한 항목인 것 같다. 현재 주 1회 게시하고 있는 "단주 이야기"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나 역시 감정의 정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극한의 상황으로 간 적이 있었다.
병원만 가지 않았을 뿐, 내 증상은 정확하게 "조울증"의 증세를 가리키고 있었고, 인근 정신과에 예약 전화를 하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지만 운영 시간만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은 것이 벌써 7개월 전쯤의 일이었다.
감정의 정화를 제대로 못한 피드백은, 그야말로 메타몽처럼 회사에서 쳐 저 있는 상태로 지냈고, 주말이면 침대에 누워 놀아달라는 아이들에게 화만 내는 그런 못난 아빠의 모습으로 지낸 세월만 한가득이었다.
내가 그 싫어하는 감정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 것에는 원인과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있었으나,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나였다.
위에서 예시로 든, 피카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잠만보 때문에 열을 받은 것은 팩트지만, 결국 스트레스를 받고 정전기가 통해 펑하고 터진 것도 피카추 자신이다. 아마도 잠만보는 스트레스 없이 오늘도 하하 호호 웃으며 누구보다 월급 루팡으로 하루를 잘 보낼 것이다.
누구보다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감정의 정화
쓰다 보니 서론이 너무나 길어져 버렸다. 다음 주에는 '피드백'이 감정의 정화를 위해 한 행동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다들 맛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