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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드백프로 Feb 05. 2023

비겁한 변명입니다!!!

반박 시 당신 말이 맞습니다

얼마 전 '부캐와 본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주 2회"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에세이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앞으로는 "주 1회 이상"의 콘텐츠만 업로드하자고 나 자신과 타협하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계획형 자아'가 나에게 말한다. "그건 비겁한~ 변명이라고~~~!" )


책을 읽기 위해 시작한 브런치 작가 활동이 약 3개월 째인 현재,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부캐'에 소모되는 "시간/에너지/주의력"이 최대치를 찍고 있으며, 따라서 '본캐'는 방치되어 있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와 싱크 후, 진짜 본인은 돌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본캐를 본격적으로 키우다가 현타가 왔다면, 이리 허탈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 부캐이지, 4인 가족을 이끌어가는 가장의 입장에서 보면 부캐를 버릴 수도 없는 터다. 부캐에 투입되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다양한 일을 척척해내지 못하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내가 잘하는 일과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해야 할 것과 해내야 할 것들이 테트리스의 조각처럼 쉴 새 없이 떨어진다. 1x4의 길쭉한 조각 하나면 다 없애버릴 것만 같은데, 좀처럼 그 조각이 나오질 않는다. 조금만 더 달리면 시계의 시침 위로 뛰어올라서 여유롭게 본캐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부캐 레벨 업을 위해 '현질'을 해야 ? 란 생각을 하던 찰나, 내 마음속 자아가 말을 건다.


드백아 정신 차려... 그거 본캐 아니다...





정말 괜찮습니까?...


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감정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원래 '사람 보는 눈"이 없고, 극 I형이라 인간관계로 인한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분노라는 감정에 직면한다. '화가 나있다, 나 같지 않다'라는 말을 을 듣고 있는 요즘의 문제는, 그 화의 끝에 달린 날카로운 화살이 돌고 돌아 늘 "" 향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건 ""가 가장 먼저 듣고, 어떤 기분이건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기분이기에, 안 좋은 감정을 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특정 상황이나 캐릭터에게 화를 내는 내 자신에게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기도 하고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에너지와 시간, 집중력이 다 소모된 상황에서, 분노 떨쳐내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 안으로 담아내는 나와 싸우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 장점을 찾아보자


이런 상태에서 나에게 어떤 유익한 점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이대로 뒀다간 본캐고 부캐고 (우린 다 전멸이여....) 상태가 나빠질 것 같아서 급히 내린 처방이긴 하다.


1. 처락(處樂)적으로 단단해지고 있다.


최근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살면서 이렇게 철학적으로 단단해진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마음 수련'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2016년에 사업 부서로 옮긴 후, 좋은 분들을 만나 약 3년간 진행했던 독서모임 "독하당(독하게 책을 독(讀)하자)"에서 날 절망으로 밀어 넣은 책인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도 이제는 다시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부캐와 본캐를 떠나,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 적고 나니 느껴지는 이 꼰대의 스멜...) 그것을 지키는 사람과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할 권한이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진 '처락'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2. 철저한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군대 '훈련소' 이후로 나를 이렇게까지 정신없이 흔들어놓은 일이 있나 싶다. 다만 군대와 달리 너무나 다양한 장르의 일들이 쏟아지는 상황이기에, "멀티태스킹"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자의에 의한 멀티'는 자제하려고 한다.


수면 시간에 대한 도전도 지속되고 있어서, 야근등으로 늦게 집에 들어오게 될 경우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해서 수면 시간 확보를 하려고 한다. 추후에 작성할 "수많은 알람"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언급을 하겠지만, 아침에 눈을 떠서 날씨를 보는 것 외에는 출근시간 전까지는 핸드폰 사용도 최소화 하는 중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업무 특성상 답이 없긴 하다. ㅎㅎㅎ)


그리고 입으로만 떠들던 "생산성"에 대해서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내가 가진 생산성을 최대치화 하고, 투입대비 가치가 낮은 일은 최소화하여, 지금 꿈꾸는 본캐 육성에 힘을 쏟을 것이다. 1분기만 해도 개인적인 이벤트가 꽤 많은데, 2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더 다채로워질 나를 떠올려본다.




여기까지 적고는 좀처럼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나날이 다. 그래서 과감히 발행을 누른다. 다른 이야기, 다른 주제, 다른 시간을 풀어내기 위한 내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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