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小程序(Applet, 애플릿)가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애플릿은 다른 프로그램 내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으로, 위챗에서 실행되는 미니 앱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챗 메신저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소룡(张小龙) 텐센트 부총재는 자신의 위챗 타임라인에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그럼 이미 방대한 유저층과 위챗 공식 계정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은 왜 小程序 서비스를 내놓은 걸까요?
위챗 공식 계정 플랫폼은 구독형, 서비스형, 기업형 총 3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위챗 구독형이 뜻밖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전 기업 투자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는 구 독형 계정만을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기 KOL이 기업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즘의 중국에선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구독형에는 감성 포스팅의 [一条], 짧은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咪蒙]와 같은 유명 계정이 있습니다. 이들의 엄청난 영향력은 가히 연예인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 외에 별자리 운세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通道大叔], 개인 성향이 강한 [小道消息] 등이 있습니다. 모두 월 광고 수입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 KOL들의 구독형 계정입니다.
그럼 서비스형 계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주로 초상은행이나 [朝夕日历]와 같은 일정 관리 서비스 계정이 자주 언급됩니다. 그 외에 [助理来也] 계정을 이용해 주변에 있는 매장을 검색하거나, [我的印象笔记] 계정을 통해 위챗 공식 계정에 올라온 글들을 에버노트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구독형과 서비스형 계정의 출현은 위챗을 플랫폼화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콘텐츠 / SNS / 생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위챗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위챗의 바람대로 구독형 계정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광고나 전자상거래 등 마케팅의 충실한 도구가 되기도 했죠. 그만큼 직간접 광고가 많기 때문에 읽기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서비스 계정은 위챗의 바람대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국신문을 보면 중국의 투자자들이 구독형 계정에 투자했다는 소식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서비스형 계정에 투자했다는 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즉 서비스형 계정의 이용은 생각보다 활발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 계정은 SMS 메시지나 푸시 알림을 대체하는 용도 정도로만 사용됩니다. 서비스형 계정의 좋은 사례로 소개해드렸던 초상은행 신용카드 계정 역시 아쉽게도 카드 사용 알림을 받는 정도로만 사용됩니다.
그럼 중국인들은 왜 App을 다운로드하여서 설치할까요? 아래와 같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사용자 경험. HTML의 사용자 경험은 네이티브 앱을 능가할 수 없음. 물론 네이티브 앱처럼 부드럽지도 못함.
번거로움.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기까지의 과정이 번거로움. App은 메인 화면에서 실행만 하면 되지만 서비스형 계정의 경우 위챗이라는 실행 단계가 한 가지 더 추가됨.
네트워크 의존성.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서비스형 계정을 사용할 수 없음.
만약 가끔 사용하는 낮은 사용 빈도의 서비스라면 사용자 경험이 떨어지거나, 실행 과정이 번거롭고, 무조건 인터넷에 연결해야 하는 점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단점들은 잘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거죠.
하지만 문서 편집과 같은 하루에도 수차례 실행해야 하는 높은 사용 빈도의 서비스라면 UI/UX, 속도, 안정성 등 서비스 디테일에 관한 요구사항은 자연히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챗의 서비스형 계정과 HTML은 이런 사용자 경험을 완벽히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위챗은 서비스형 계정을 통해 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지만 기능면에선 실질적으로 ‘가끔씩’ 사용하는 서비스만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App을 직접 다운로드하고요. 위챗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위챗은 왜 고빈도 고관여 서비스까지 손을 대고 싶은 걸까요? 모든 비즈니스의 최종 목표는 독점이기 때문입니다. 8억의 액티브 유저를 보유한 위챗이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를 사용하는 위챗이지만 텐센트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물론 서비스형 계정이 신용카드 사용 알림 정도로 전락하는 것 또한 원치 않겠죠.
이미 모바일의 시작과 끝을 점거한 텐센트지만 중국인들의 더 많은 잉여시간을 탐내고 있습니다. 위챗은 운영체제(OS)가 될 수는 없을지언정 사실상 운영체제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애플릿(小程序)은 위챗이 사실상 OS처럼 사용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현재 서비스형 계정의 부족한 점을 고빈도 고관여 성격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애플릿을 통해 보안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때문에 위챗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래 3가지라볼 수 있습니다.
1. 더 많은 사용시간
2. 더 다양한 이용환경
3. 더 다양한 서비스
구독형 계정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서비스형 계정으로 저빈도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고, 애플릿(小程序)을 통해 고빈도 고관여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텐센트의 야심. 이런 텐센트의 야심을 가로막을 중국 내 기업은 실질적으로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小程序를 독립적인 생태계로 간주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小程序에 내재돼 있는 숨겨진 기회를 더욱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앱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아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하나의 거대 플랫폼이 조성한 생태계
2. 개발자를 위한 통일화된 진입로(스토어)
3. 통일된 프로그래밍 개발 언어
4. UI, 운영 방식에 대한 엄격한 관리 규정
5. 플랫폼과 개발자의 수익 분배 구조
앞서 말씀드렸던 조건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의 생태계 구조는 아래와 같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위챗을 한 번 살펴볼까요?
서비스형 계정과 달리, 위챗이 독립적인 애플릿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없었던 디자인 기준,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갖춰 점차 성숙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잠재적 기회를 수반합니다.
1. 더욱 다양한 카테고리의 앱과 신규 유저들
2. 기존 다른 생태계에 존재했던 앱이 새로운 형태로 출현
3. 위챗 개발자라는 독립적인 직무가 생겨남. iOS 개발자와 비슷함 맥락
2008년, 수많은 스타 개발자와 개발사가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어쩌면 위챗의 小程序 역시 앱스토어처럼 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08년과 달리, 이젠 이런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겠네요.
2016년 초 텐센트 부총재 장소룡(张小龙)이 小程序를 처음 공개했을 때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부분 업계 사람들과 매체들은 위챗 애플릿이 마케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小程序의 마케팅 효과는 크게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小程序는 위챗 팀 내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은 서비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小程序를 통해 위챗이 운영체제처럼 쓰일 수 있는지의 생사가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많은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타사 개발자의 경우 위챗 애플릿 개발에 우선순위를 높여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팔로우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한 서비스형/구독형 계정과 달리, 小程序는 팔로우(关注)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번거로운 팔로우 과정이 없기 때문에 검색어 입력 후 나오는 애플릿 목록에서 원하는 애플릿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챗 사용자들에겐 좋은 소식이죠.
하지만 개발자에겐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팔로우 기능이 없다는 것은…
1. 팔로우가 없기 때문에 그룹 소식(단체 메시지)을 보낼 수 없음
2. 유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전환율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때문에 小程序는 더 높은 서비스 운영 능력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HTML5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합니다. 위챗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위챗 모멘트(타임라인)에서 화려한 배경과 음악을 겸비한 H5 페이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小程序에서는 이런 것들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챗 小程序 개발은 Javascript, CSS, XML을 개량한 개발 언어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각종 자체적인 컴포넌트와 API를 제공하여 위챗 애플릿을 더욱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HTML, CSS 호환/사용불가
2. 개발자가 위챗 애플릿의 자체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숙지해야 함. WeLang과 같은 이름의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음
HTML과 호환이 안되면 페이지 내 HTML 태그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HTML 임베드 역시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위챗 애플릿을 개발하려면 습득해야 합니다.
HTML 호환이 안되면 위챗 애플릿 내에 외부 링크 역시 삽입할 수 없습니다. HTML의 <a> 태그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애플릿을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비스형 계정 문장 내에 외부 링크 삽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 의외입니다. (현재 버전의) 애플릿엔 외부 링크는 물론 QR코드를 식별하는 설정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재 버전의 애플릿에선 위챗의 타임라인으로 볼 수 있는 모멘트 공유가 불가능합니다. 이는 모멘트에서 小程序 관련 내용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부 링크 삽입은 물론 모멘트 공유도 불가능하게 되면 小程序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 과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최근 모멘트에 각종 광고성 콘텐츠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중국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분별한 모멘트 공유를 제한함으로써 타임라인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려는 의도. 추후 버전에서 모멘트 공유 완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위챗 애플릿은 HTML을 활용해 개발할 수 없고, HTML 태그 호환 역시 불가능합니다. 즉 위챗 애플릿 개발은 위챗이 조합하여 만든 자체적인 프로그래밍 개발 언어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페이지 양식, 데이터 구조, 로직 등의 데이터를 미리 로드하기 때문에 위챗 애플릿의 사용자 경험은 네이티브 앱에 매우 근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위챗 애플릿은 위챗이 제공하는 컴포넌트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위챗 컴포넌트는 위챗 클라이언트에 이미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애플릿을 더욱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챗의 Page는 아래 4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WXML: 페이지 구조
2. JS: 페이지 로직
3. WXSS: 페이지 스타일
4. JSON: 페이지 포맷
(JSON 모듈은 필수가 아닙니다) 유저가 위챗 애플릿을 실행했을 때 위 4가지 모듈을 자동으로 로컬에 저장하기 때문에 네이티브 앱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위챗 애플릿은 그저 API를 호출해 특정 데이터를 읽어 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웹페이지 프론트엔드 개발은 각종 브라우저의 호환성을, 안드로이드 클라이언트 개발은 스크린 사이즈나 다양한 기기 모델의 성능 등을 일일이 테스트해보며 개발해야 합니다. 이처럼 프론트엔드는 어떤 개발에 있어 호환성이 가장 골칫덩어리입니다.
특히 빠른 실행력을 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개발 리소스 낭비는 가히 치명적 이라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위챗 애플릿의 프론트엔드 개발은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위챗이 이미 자체적으로 호환성 문제를 모두 해결해 놓았기 때문에 위챗 애플릿의 프론트엔드 개발은 극히 적은 개발 리소스만을 요구합니다.
즉,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위챗 애플릿의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 위챗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한 애플릿은 다양한 기기 환경에서 통용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챗 애플릿은 오프라인 모드와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지원하며 이러한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툴들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미리 알림, 알람 등의 생산성 카테고리 애플릿들이 대거 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챗 애플릿의 많은 API는 서비스형 계정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거기에 웹 소켓 API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클로즈 베타에 참가했던 많은 유저들의 말을 빌리면, 이 신규 API를 통해 더욱 풍부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상대방이 그린 그림 맞추기’ [你画我猜] 게임과 비슷한 형태의 툴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기대되는 점은 실시간 통신 API를 활용해 버티컬 커뮤니티에 새로운 가능성을 주입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죠.
사실 ‘상대방이 그린 그림 맞추기’와 같은 게임은 위챗 애플릿 플랫폼에서 생겨날 수 없습니다. 현재 버전의 위챗 애플릿 문서를 살펴보면, 게임/실시간 방송/내비게이션/링크 공유 등은 모두 심사 통과가 불가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앞서 심사라는 단어가 나왔는데요, 위챗의 구독형/서비스형 계정과는 다르게 애플릿에 올라가는 포스팅(문장)은 검수 없이 바로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메뉴 구성을 수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검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애플릿의 버전 업데이트는 필수적으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흡사 애플의 앱스토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좋은 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사를 통과한 일정 기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플릿을 마케팅 영역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관계자들에겐 새롭게 생긴 제한요소로 인해 그리 좋은 소식이라고 볼 수 없겠네요.
위챗 애플릿의 패키지 용량은 1024 KB를 넘지 않습니다. 이런 가벼움 때문에 ‘검색 후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애플리케이션 이용 환경을 제시합니다. 중국에선 이를 ‘直达服务’로 정의하였는데요, 한국어로는 ‘바로 사용 서비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텐센트 부총재 장소룡(张小龙)은 위챗 애플릿을 어디서나 손만 뻗으면 바로 쓸 수 있는 앱으로 정의하였습니다(即用即走, 触手可及).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검색창에 “북경~상해 비행기표”를 입력하면 번거로운 앱 설치/회원가입 등을 모두 생략하고, 위챗의 애플릿을 통해 즉시 비행기표 리스트를 보여주는 점 등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애플릿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을 넘어 최대 5개의 기능성 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위챗 애플릿은 검색을 통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이용 환경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복제는 창작에 비해 훨씬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발생하게 됩니다. 때문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봤었던 수많은 앱들이 위챗 애플릿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복제되거나 넘어오게 되는 것이죠.
1차적으로 개발 문턱이 높지 않은 간단한 종류의 서비스들, 예를 들어 전화번호 검색, 택배 조회, 별자리 조회, 대기질 조회 같은 검색 서비스가 대거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텐센트의 영향력이 부족한 영역의 경우, 해당 영역의 장려 정책을 통한 신장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 영역은 전자상거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중국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알리바바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텐센트가 투자한 징동(JD.com), 위챗 미니 쇼핑몰(微店, 웨이디엔) 등으론 타오바오 등의 트래픽을 넘어서기엔 한참 역부족입니다.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중국 내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독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전자상거래 역시 예외는 아니겠죠. 때마침 전자상거래는 텐센트가 계속 군침을 삼키며 일인자 자리를 노려왔던 영역입니다.
이 관점으로 봤을 때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위챗 애플릿이 대거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애플릿 활성화를 위한 고무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고요. 이렇게 되면 현재 중국의 음악 서비스처럼 타오바오와 위챗 역시 서로 블록을 걸어 상대 서비스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쨌든, 위챗 애플릿은 텐센트 전자상거래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커뮤니티와 관련하여 위챗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많은 중국인들의 위챗 친구 목록이 가족, 회사 동료, 동문 그리고 일회성 관계의 사람들로 뒤섞여 매우 어수선하게 되어버린 점. 그리고 유저들 간의 커뮤니티 구축이 어려운 구독형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위챗 애플릿을 통해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임산부 관련 주제를 다룬 구독형 서비스는 애플릿을 이용해 임산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임산부들이 애플릿 내에서 타인과의 소통 그리고 임산부 용품의 구매까지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또한 Tinder와 비슷한 성격의 일회성 관계용 위챗 애플릿을 만들어 위챗 유저들의 어수선한 친구 목록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B2B 서비스와 각종 툴은 위챗 애플릿의 인기 개발 영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내부 소통은 钉钉(알리바바가 개발한 기업용 메신저)을 이용하지만 외부 고객과의 대화는 어쨌든 가장 일반적인 위챗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위챗과 钉钉 사이의 대화 내용 동기화가 안되기 때문에 많은 불편 요소가 존재합니다. 이 경우 대내외 소통용 위챗 애플릿을 개발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팀원들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업데이트해야 하는 공용문서의 경우 “협업 드라이브”와 같은 위챗 애플릿을 개발해 업데이트된 문서를 실시간 동기화하여 열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위챗은 중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메신저가 되었지만, 현재 많은 중국인들이 개인-회사 영역을 넘나들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생활 보호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단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이메일 보단 메신저를 통한 업무 방식이 더 익숙한 중국에선 특히). 위챗은 업무로 인해 혼잡해진 개인용 위챗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기업용 위챗을 내놓았죠. 하지만 중국 회사들이 꼭 기업용 위챗을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유료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개인용 위챗과 기업용 위챗 사이의 명확한 보호벽이 존재하여 사용성이 극명하게 갈리게 됩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개인용+외부용을 적절히 조합하려는 사람들에게 위챗의 애플릿이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위챗 애플릿은 아래와 같은 마케팅 제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1. 팔로우 기능의 부재
2. 그룹 메시지 보내기 기능의 부재
3. 내외부 링크 삽입 불가 (HTML 태그 사용불가)
4. 위챗 모멘트(타임라인) 공유 불가
때문에 위챗 애플릿 마케팅과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자들이 필요로 했던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체적인 바이럴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중국 내엔 트래픽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위챗 애플릿 마케팅이 출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위챗 정책으로 봤을 때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제한 정책 역시 끊임없이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 콘텐츠형 서비스의 경우 위챗 애플릿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미디어’ 성격이 강한 콘텐츠 위주의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대중의 주의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위챗 애플릿은 팔로우 기능은 물론 그룹 메시지 전송, 모멘트 공유조차 불가능합니다. 이는 유저들이 해당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검색이나 QR코드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미디어들의 최종 목표는 이슈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의 자발적 공유를 통해 발생하는 트래픽입니다. 때문에 미디어의 경우 여전히 위챗 구독형 서비스가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미디어 기업이 자체적인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구독형 서비스 외에 위챗 애플릿을 활용한 커뮤니티 운영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는 구독형 서비스의 사용자를 애플릿 커뮤니티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관건이겠죠.
위챗 애플릿에 감춰진 기회는 앞서 말씀드린 것 외에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챗 애플릿을 통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든 사용 환경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어떻게 유저를 획득하시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해야지만 유저들이 자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줄까’를 고려해야 합니다. 얼핏 보기론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위챗은 이미 중국 인터넷의 가장 큰 게이트가 되었습니다. 텐센트는 위챗 애플릿으로 더 많은 중국인들의 스크린과 사용 환경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볼 때 유저들이 있는 곳, 유저들이 시간을 쏟는 곳에 게이트를 구축해야 합니다. 위챗 공공 계정은 네이티브 앱을 개발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리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많은 중국인들이 앱을 개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업계 사람들이 우려하는 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애플(Apple)이 위챗 애플릿을 허용할지의 여부
2. 애플릿이 위챗에 의해 차단되는 경우
1번의 경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거대 기업 간의 협상 여지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애플과 텐센트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번의 경우, 현재 위챗 플랫폼 규정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위챗 플랫폼에서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 가이드라인에 모두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입주자들은 위챗 가이드라인에 잘 따르기만 하면 위험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텐센트 이익과 충돌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을 경우 차단의 위험성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어쨌든 텐센트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점도 빠뜨릴 수 없겠죠.
물론 모든 수를 위챗 애플릿을 위해 사용하는 것 또한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위챗 애플릿의 백엔드 API는 사실 iOS/안드로이드와 매우 흡사합니다. 때문에 크로스 플랫폼을 대비한 데이터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생 무료 서비스를 약속했던 360 클라우드 서비스가 얼마 전 중지 선포를 한 것이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위챗 애플릿은 잠재적 기회와 이 기회를 활용한 수익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노린 많은 잠재적 포식자들이 있다는 점 역시 의식해야 합니다. 때문에 빠른 실행력은 물론 ‘검색 후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릿 방향성을 염두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