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에스컬레이터?
인생은 에스컬레이터 같다.
빨리 가기 위해서 당연하게 탄다. 지하철에서 환승할 때 혹은 어떤 건물의 각 층을 이동할 때. 다리가 아프지 않아도 특별히 걷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굉장히 무의식적인 활동이라 특별히 생각하게 되지도 않는다. 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지 단 한 번의 고민도 없다.
삶을 에스컬레이터 타듯 살았다. 일상생활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처럼 그렇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뺑뺑이로 배정받은 고등학교를 가고 수능을 보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선택했다.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고민도 깊지 않았다. 다른 길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생각은 했을 것이고 어떤 안이 나에게 더 잘 맞는지 생각해볼 기회라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저 인생 자체에 대한 생각만 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상 산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에 모호했고 평범했다. 그만큼 깊이가 얕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아래의 풍경과 또 다르듯이 대학을 입학한 후 펼쳐지는 풍경은 낯선 것이었다. 여태까지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와 책임감,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않아 생기는 두려움도 컸다. 어떤 것을 시작한다는 일이 주는 책임감 때문에 섣불리 무언가 시작하기에 겁이 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하는 것 같아 두려웠다. 애초에 답이 없으니 옳고 그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동질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은 경험해본 일이 없으니 나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 때, 시도하면 얻는 것이 많았다.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하는 경험을 했고, 말하지 못한다 해도 알게 모르게 느낀 점이 많았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체득한 셈이다. 두려웠지만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을 때 더 많은 점을 느끼고 배웠다.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의 '백문이불여일견'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에스컬레이터는 사회로 나를 이끌고 있다.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 올라가서 마주할 풍경은 더욱 두렵다. 기대도 있지만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선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전에 비해 커진 책임과 기대감 때문이다. 어떤 것을 기대하든 언제나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기대를 저버릴까 두렵다. 그럼에도 첫걸음을 떼는 내게 "차이가 생기면 차별도 생긴다"고 말해주는 사람, "미래를 위해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않아도 경각심을 갖게 해 주고,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이 있어 힘이 된다.
새로운 길을 갈 때마다 또 다른 것들을 배워갔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이번 단계에서는 스스로가 조금 더 명확해졌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