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내지 않을 수 있는 여유
여행에서 돌아온 지 2주가 되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 있던 두 달 동안 꽤 변화가 있었다. 집에 있던 책들이 중고서점에 팔려갔고, 어떤 친구는 알바나 대외활동을 시작했고,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모았던 사진 1,000장 정도가 있던 노트북은 포맷되고, 친구는 애인이 생기고(응?)
학교를 다니는 동안 소속된 단체가 없는 삶,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탓에 언제나 일을 벌여왔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친구들이 내 일정 생기기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 놓자고 말했다.) 하던 활동이 끝날 예정이면 새로운 무언가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그게 아니라면 규칙적인 일과를 의도적으로/ 강박적으로 만들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에 느끼는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나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이 느껴지고,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9-18시까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던 시기에도, 19시 이후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싫었다. 쳇바퀴도는 일상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고, 의미를 찾을 수 없었고 또 고질병이 도졌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운동을 시작하고, 수요일에 대외활동을 하고, 할 일이 없는 화요일에는 브런치를 위한 글을 준비하기도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친구를 만났다. 일요일은 쉬고. 그러고도 욕심이 많았던 어느 한 달은 7-8시에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5시에 일어나야 했기에 절반도 채 못 갔지만.
신기하게도, 조바심 내던 마음이 사라졌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 이전과 마음이 달라졌다.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미칠듯한 조바심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듯이, 오늘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낫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낫다'는 믿음이 지금은 있다. 내일도 그런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생각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두 달 동안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 생각한 것들을 나눌 것이다. 미루지 않고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