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이 '오타쿠'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영화관에서 두 번 봤고, 종이책으로 나온 각본집까지 읽었다. 올해의 영화라며 소리치고 다녔다. 이전에 누군가 내게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오타쿠의 마음을 건드립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농담이었지만, 진심이었다. 그런데 대체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오타쿠의 마음을 건드리는가?
나에게 이 영화의 키워드는 ‘모순'이다. 제목부터 그렇다. 박찬욱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결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실패’의 느낌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결심이라는 말을 할 때 성공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일단 이것부터 심상치 않다. (영화를 보기 전 박찬욱 감독 영화의 제목 치고는 평범하네?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결심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가.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서래는 사라짐으로써 해준에게 영원히 남겨진다. 이들은 헤어지지만, 동시에 헤어지지 못한다. ’영원한 미결을 통해 사랑을 완결한다'. 한겨레에 실린 손희정 영화평론가의 문장인데, 더없이 완벽한 표현이라 눈물마저 날 것 같았다.
A이지만 동시에 A가 아닌 것. 살인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죽인 것. 헤어질 결심을 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이사 오는 것.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 없지만 동시에 그 모든 말이 고백이었던 것. 영화 구석구석에 모순의 요소들이 배어있고, 그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것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A가 의심의 여지없이 그저 A인, 매 순간 선명한 이야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 결국 뒤늦게 바다에 도착해 울부짖는 해준처럼, ‘오타쿠’는 영화가 끝나고 오열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랑은, 엔딩 이후가 진짜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