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관리 1
인생은 기분관리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꽤 맞는 말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하다. 행복이란 결국 기분이다. 내 맘대로 되지도 않는 기분에 매달려 애를 쓰고 있다보면 결국 져버린 기분이 든다. 기분에 행복을 붙여 놓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기분 좋은 순간이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 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어쩌다보니 일이 있어 나가지 않는 날에 한해 루틴이 고정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내린다. 날씨에 따라 뜨겁게도 차갑게도 준비를 한다. 아침을 준비한다. 대부분 사과나 빵 같은 간단한 음식이지만 오늘따라 애들이 아침에 다 나가야 되는 바람에 소고기 볶음밥까지 하느라 북새통이 되었다. 여유라고는 없다. 8시 40분이 되면 도서관에 간다. 가는 길에 큰 애를 내려준다. 차로 가면 10분인데 버스로 가면 40분이라 그냥 데려다 준다. 처음에는 그냥 데려다 주고 왔는데 나의 특기인 ‘가는 김에 뭔가를 한다’에 따라 일정을 만들었다. 근처 도서관에 차를 주차하고 도서관에서 500미터 떨어진 호수공원 한바퀴를 도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출발해서 한바퀴 돌면 3킬로미터. 나같은 초보 러너가 달리기에 딱 좋은 거리다. 처음에는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 이틀에 한 번 5킬로 달리기도 했지만 매일 3킬로 달리기로 정착했다. 매일이라고 해도 아침에 나가야 하는 일이 있는 날을 빼면 주 3-4회 정도밖에 못할 때가 많긴 하다. 시원한 나무 그늘, 뜨거운 햇살, 길가에 핀 꽃들, 산책 나온 사람들과 강아지들. 선글라스 너머로 이런 풍경을 보며 탁탁탁탁 3킬로를 달린다. 느리게 달린다. 하지만 내게는 최대치의 속도다. 좀처럼 성과는 안나고 아무도 하라고 등 떠밀지도 않는 나의 일을 하는 데 느려도 날마다 하는 이런 운동 루틴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흔한 자기계발서의 말 같지만 내 속도대로 내 고유함대로 일을 하는 것만이 나를 버티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3킬로를 달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세컵쯤 마시고, 어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신간도서 코너에서 내가 사서 볼 것 같지 않은 생소한 제목의 책들을 망설임없이 탁탁 빌린다. 그리고 도서관 문을 열고 쨍한 햇살 속으로 나오는 그 순간 ! 그 순간에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 그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갈 정도로 좋다. 종일 혼자 있을 수 있는 하루도 수업을 해야 하는 하루도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하루도 이렇게 시작이 되면 견딜만하다. 물론 혼자 있는 하루가 제일 좋긴 하다. 일단 내가 찾은 좋은 기분의 순간 1순위는 바로 이거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수집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