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1을 쓰고 바로 달리기 2에서는 8주 러닝 과정을 끝낸 이야기를 쓴다. 계절은 여름에서 겨울 초입으로 바뀌었다. 1분 달리기에서 30초씩 1분씩 횟수를 늘리다가 마지막에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되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몸으로 해낸 가장 대단한 성과였을 것이다. 처음 1분을 달릴 때는 마지막에 30분을 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8주 걸리면 나는 24주쯤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미션에 실패하지 않고 그대로 차곡차곡 따라와서 결국 8주 후에는 30분을 달리게 되었고 이제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천변길을 세번이나 더 달렸다. 시작과 결과 사이에 과정이 끼어들면 사연이나 성과는 이상하게 시시해진다.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것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몸무게가 특별히 준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고통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근육이 늘어서인지(설마) 아니면 부어서인지 오히려 몸무게는 1. 5킬로그램이 더 늘어났고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로 접어들어서 기분은 더 우울해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는 정말 비교할 수 없는 어떤 순간들을 준다. 너도 나도 달리고 있고 연예인들이 러닝하는 모습이 티비에 나오고 마라톤에 출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sns에 멋진 러너들이 넘쳐나도 달리기는 내 것이다. 내 달리기는 나밖에 못한다. 그것도 한 걸음 한 걸음 단 한 순간도 빼지 않고 성실하게 발도장을 찍어야 4-5킬로미터의 거리가 채워지고 30분의 시간이 채워진다. 종아리가 뻣뻣해지고 심박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흐르고 얼굴이 붉어진다. 달리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오늘 끝까지 못하는 거 아닐까? 저기까지 가면 끝날까? 오직 달리는 것과 달리고 있는 내 몸의 상태에 대한 생각만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런 순간들, 오직 내게만 속해있는 순간들이 달리고 있는 나를 채워간다. 바람과 햇빛과 온도가 집중력있게 감각된다. 늘 죽어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몸이 살아서 깨어난다.
물론 모든 순간 중 가장 좋은 순간은 달리기가 끝나는 순간이다. 아직은 그렇다. 오늘치 달리기를 끝내고 뻐근한 몸으로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그리고 개운하게 씻고 하루 중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하는 순간. 그 때도 정말 좋다. 오늘은 30분 동안 다리 아래까지 뛰었으니 모레는 그보다 조금더 멀리 가보자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늘리고 거리를 늘려보자고.
달리기는 행복하고 개운하다. 가장 내 존재를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가장 내 존재를 잊게 만들어준다. 그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