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고

by 이작가의 이자까야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퍼블리 박소령 전 대표의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이 문장으로 에필로그를 마무리한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책을 덮고 나면 이보다 더 적절한 마무리 문장은 없다고 느껴진다.


책은 저자가 회사를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의 10년을 다룬다. 투자 유치, 레이오프, 주주 관계 등 창업자의 뇌리에 깊게 새겨진 10개의 장면을 중심으로, 당시의 고민과 선택을 세밀하게 그려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레이오프’ 부분이었다. 특히 레이오프 당사자의 질문에 대표가 답하는 대목은, 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대표와 팀원의 입장 차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회사는 왜 팀원이 더 성장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가? 팀원을 교육하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p.191)
“우리는 다음 라운드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이라 기다릴 시간이 없고, 그 전에 회사가 먼저 망한다.”


“회사는 일하는 사람이 모여 성과를 내는 곳이므로, 사람에 대한 투자가 먼저여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성과에 도움이 되는 사람만 모여서 일해도 회사가 될까 말까 하다.”


“지금까지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수없이 말해왔던 건 뭐였냐?”는 질문에는,
“팀을 위해 팀워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을 위해 팀워크가 중요하다.”라고 답한다.


그녀는 대표와 팀원은 각자의 위치가 다르기에 ‘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 또한 다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레이오프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채용 기준’을 다시 세우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가 와도 망하는 게 스타트업이다.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정 업무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역할을 유연하게 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중요하다.” (p.193)


또 이렇게 말한다.
“‘실력은 좋은데 태도가 별로인 사람’과 ‘실력은 부족하지만 태도가 좋은 사람’ 중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태도가 좋으면 실력은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197)


모든 조직에 통용될 수는 없겠지만, 나 역시 비슷한 고민과 실패를 반복해온 입장에서 특히 이 대목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제목처럼, 숱하고 처절한 실패를 통과한 사람이 쓴 이야기이기에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돌아보면 나 역시도 성취의 경험보다는 고통스럽게 각인된 실패의 기억이 지금의 나로 성장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이 책은 그 단순한 진실을 묵직하게 일깨워줬다.


스타트업을 경영하거나 팀을 이끌고 있다면, 그리고 <크래프톤 웨이>를 흥미롭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장이 저기압일 땐 고객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