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휴직하고 육아 해보니 좋은점 3

육아를 위해 한 달 휴가중이다

육아휴직은 아니고, 6년 장기 근속자에 한해 주어지는 1개월의 리프레시 휴가를 썼다.

3월 아내의 복직 시기와 주누의 어린이집 입학 시기가 겹치면서, 적응 기간에는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밀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미뤘던 휴가를 꺼내 든 것이다.

휴가는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되었지만,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참 좋다.


첫째, 아이와 더 교감한다는 느낌이다.

아내가 육아휴직 중일 때는 육아의 사수가 아내였고 내가 부사수였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나는 아내를 최대한 서포트하며 주누를 케어한다는 자세였는데,

지금은 내가 A부터 Z까지 전담하다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고, 놀고, 밥을 먹고, 칭얼대고, 신기해하는 모든 순간순간에 내가 가장 가까이에 있어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오롯이 느낀다는 사실이 참 좋다.

아이와 눈 마주치며 웃을 때, 하이파이브를 할 때(최근 추가한 개인기다), 두 손을 만세 하며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할 때는 따뜻한 기운이 가슴에서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사랑과 온화함이 켜켜이 쌓이는 중이다.


둘째, 아내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퇴근 후 어질러진 거실과 부엌을 봤을 때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티는 안 내고 묵묵히 치웠지만, '틈틈이 치울 수 있지 않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직접 해보니 결코 녹록지 않다.

아이를 방치하고 집안일만 하기에는 안아달라 칭얼대는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유아식은 매 끼니 영양에 맞게 무엇을 준비할지 미리 고민해야 하고, 요리도 서툴다 보니 실패할 것까지 고려하면 내 끼니는 거르거나 콘푸로스트로 때우기 십상이다.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니 문화센터나 산책도 꾸준히 나가줘야 한다.


온전한 내 시간을 가지기가 이토록 쉽지 않다니. 이제야 아내의 입장이 확실히 이해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나도 이제는 아내가 빨리 퇴근하기만을 고대하는 '육아 아빠'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의 리프레시가 된다.

약 11년의 회사 생활 동안 길게 쉬어본 적이라곤 신혼여행과 출산휴가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1~2주 정도로 쪼개 쉬었는데, 처음으로 한 달을 통으로 쉬어본다.

그동안 회사와 집만 오가며 깨진 삶의 밸런스를 이번 휴가를 통해 한 발짝 떨어져 진단해 보려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운동이다. 건강 적신호가 켜졌던 터라 좋아하던 농구와 기초 체력을 위한 PT를 시작했다. 하루 1시간, 일이 아닌 다른 것에 몰입해 땀 흘리는 경험이 정말 오랜만이라 큰 활력이 된다.


요리도 꽤 재미있다. 아이가 잘 먹어주니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싶고, 조리도구나 맛에도 조금씩 욕심이 생긴다. (사진은 처음 시도한 버섯 들깨 리조또와 냉털채소 달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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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회사 일이 아닌 개인의 삶, 육아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일기를 얼마나 오랜만에 써보는지 모르겠다. 꼭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부담 없이 적어 내려가는 글쓰기의 매력을 다시금 느낀다.


전반적으로 회사 업무의 몰입에서 벗어나 내 개인의 삶을 더 조명하게 된다.




ps. 혹시 주변에도 무언가 삶의 밸런스가 깨졌다고 느끼는 친구가 있다면, 큰 쉼표 하나를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쉼의 기간에 내가 좋아하며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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