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조급한 마음은 접어두세요

오늘은 주누가 첫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었다.

아빠도 어린이집이 처음인데, 어린이집은 '적응 기간'이라는 게 있더라. 처음부터 아이를 두고 오는 게 아니라, 1주일 동안은 아빠나 엄마와 함께 30분 정도 머물다 다시 집으로 오는 식이다. 아이가 서서히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었다.


3월 한 달은 내가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맡게 되었는데, 오늘은 첫날이라 나도 긴장이 되었다. 걱정도 잠시뿐, 들어가자마자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나도 아이도 빠르게 안심이 되었다.


주누는 어린이집에서 아빠 무릎 위에 앉은 채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두리번거렸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 가면 항상 하는 일이 이렇게 주변을 스캔하는 일이다. 보통 20~30분 정도 빤히 쳐다보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주누는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른 아이들이 걷고 기어 다니며 활발하게 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나 보다. "주누야, 친구처럼 이렇게 한번 놀아봐~"라고 말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는 지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래요. 너무 무리해서 놀릴 필요 없고 천천히 기다려 주면 알아서 다 잘 놀더라고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반성이 좀 됐다. 주누는 적응 시간이 필요한 아이라는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했다. 새삼 선생님께 고마웠고, 주누가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안심되었다.

30분이 금방 갔다. 엄마 없이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첫날을 보낸 우리 아이가 참 대견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빠와 예방접종을 하러 갔는데, 허벅지에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더라. 내가 기억하는 주누는 바늘만 보여도 울음 시동을 걸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이렇게 아이도 하나씩 성장하고 있구나 느껴질 때면, 한 달 휴가를 쓰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침, 점심, 간식, 저녁 네 끼를 모두 손수 해 먹였다. 특히 바나나 오믈렛, 달걀말이 같은 새로 도전한 음식들이 다행히 입맛에 맞으신(?) 모양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게 나름 선방하고 있는 것 같아, 아빠로서도 뿌듯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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