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돌을 지난 아들을 키우는 초보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마치 폭풍과도 같다.
육아에는 주말이 없다. 주말에도 아이는 아침 7시에 눈을 떠서 엄마 얼굴에 드러눕고, 아빠 얼굴을 웃으며 어루만진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눈치를 본다. 어제 일 때문에 늦게 잔 아내가 생각나, 나는 눈치껏 아들을 데리고 침실을 나선다.
요즘 아이는 차에 푹 빠졌다.
남자아이 아니랄까 봐 경찰차, 소방차, 견인차, 우체국 택배차 등 온갖 종류의 차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지고 논다.
차가 질리면 독서 타임이다. 책 쪽으로 가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꺼내 나에게 건네준다.
최선을 다해 읽어주는데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이내 다른 책을 또 꺼내서 준다.
그러다 보면 아침 먹을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바나나, 우유, 오트밀, 치즈가 들어간 이유식이다. 다행히 잘 먹는다.
아침을 먹으며 응가를 한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신호다.
무사히 아침 스케줄을 마치면 다시 놀이로 이어지고, 11시쯤 낮잠을 잔다.
2시간 정도 자는 그사이에 집안일과 점심 유아식을 기획해야 한다.
집은 널브러진 장난감과 책, 흩뿌려진 이유식으로 그야말로 폭풍이 지나간 자리와 다름없다.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에는 꼭 외출을 한다.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고 시간이 잘 안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케아에 다녀왔다.
아내는 아이방 쇼룸에만 가면 신이 나서 재잘거렸고, 아이는 모든 게 신기한지 연신 "우오!"를 외치며 시선을 요리조리 둔다.
맛있는 간식까지 먹고 집에 복귀하니 5시 30분. 저녁 준비로 서둘러야 한다.
저녁은 어제 끓여놓은 소고기뭇국이다. 아이의 '페이보릿' 중 하나다.
저녁을 먹으면 목욕을 시킨다. 목욕은 복불복이다. 기분 좋을 때는 스무스하게 마무리되지만, 뭔가 언짢을 땐 머리에 물만 적셔도 온갖 짜증을 낸다.
어찌저찌 목욕을 끝내고 로션을 발라주고 머리를 말린 뒤 옷을 입힌다. 그러고 나서 자기 전 마지막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먹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고난도인 양치를 시키는데, 아이의 반응을 보면 마치 내가 고문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이의 격렬한 저항과 아빠의 인내와의 사투가 끝나면 드디어 밤잠에 든다. 보통 8시에서 8시 30분 사이 잠이 들면, 조용히 거실로 나와 2차 폭풍이 지나간 자리를 치운다.
우리는 9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는다. 정말이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나날의 연속이다.
이렇게 폭풍 한가운데에 있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따뜻한 햇볕을 느끼는 순간들도 많다.
푹 자고 일어난 아이의 표정은 참 밝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본 엄마, 아빠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본 것처럼 그리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최근 들어 나를 이렇게 반가워해 준 사람이 몇이나 있었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책을 읽어줄 땐 맥락을 알 수 없는 부분에서 아이가 빵 터질 때가 있다.
갑자기 책 속 그림을 가리키며 웃는데, 그 웃음이 좋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어주지만, 이번엔 반응이 없다.
괜찮다. 다음에 또 도전해서 그 웃음을 기필코 이끌어낼 것이다.
최근 아이가 가장 대견하다고 느낄 때는 바로 잘 먹고 잘 쌀 때다.
우리가 만든 요리를 아이가 거부하지 않고 잘 먹어주기만 해도 신기하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없던 아내는 요즘 아이에게 더 영양가 있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다.
요즘은 손가락질이 아이의 시그니처다.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혹은 가까이 가보자고 한다.
그래서 마트를 좋아한다. 매대에 수없이 진열된 알록달록한 상품들은 아이의 손가락을 권총에서 기관총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케아에서 아이의 손가락은 쉴 새가 없었고, 나는 아이의 신기해하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은은한 행복감을 느꼈다.
목욕은 싫어하지만 로션 바르는 건 좋아한다. 특히 팔을 쭉 펴며 로션을 발라주면 10개밖에 안 되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까르르 웃는다. 내 몇 안 되는 힐링 타임 중 하나다.
밤잠은 다행히 잘 잔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며 부부가 "너무 귀엽다"라고 속삭일 때,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행복을 느낀다.
육아를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을 최대한 붙잡고 싶은 마음에,
서툰 아빠의 서툰 육아일기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