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친구 수영에게.

by 박원진

친구 수영에게.

그동안 많이 섭섭했으리라 생각해.
네가 보낸 편지를 못 받거나 읽지 않은 건 아니었어. 오히려 어떤 편지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고
그때마다 답장을 쓰고 싶었지만 막상 펜을 잡으면 글이 써내려가질 않더라.
우선은 네가 사는 세상과 내가 있는 곳이 너무나 달라 보였고
또 네가 기억하는 내 모습과 현재의 내가 달라서 어떤 말도 쉽게 할 수가 없었어.
우리는 친구지만 네가 실망하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쓰기만 하고 부치지 못한 편지가 많아.
내가 여행을 떠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에서 네가 그랬지. 이번에도 답장이 없다면 더이상 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아마 내가 다른 친구들을 통해 네 소식을 듣는 것처럼 너도 내 소식을 접했으리라 생각해.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가 가장 친했고 아마도 그러기에 더 답장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젠 무엇을 감추는데 지쳤어. 또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여행을 오기 전 네게서 온 편지를 헤아려보니 정확히 ‘스물일곱 통'이더라.
늦었지만, 또 내가 이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부터 답장을 써보려고 해.
수영이 네가 잘 들어줬으면 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