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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 대한 고찰

by 행복한곰돌이

통증은 언제나 ‘나’를 확실히 느끼게 하는 순간에서 온다.

아프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통증은 고통이면서 동시에 감각의 회복이기도 하다.


어릴 땐 다치면 울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은 더 쉽게 무시된다.

“이 정도쯤이야.”

그 말로 스스로를 달래며 참는 사이, 통증은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그곳에서 형태를 바꾸고,

불면이나 피로, 무기력으로 다시 나타난다.


몸의 통증은 대체로 단순하다.

무리한 근육이 쉬면 낫고,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마음의 통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자리에 감정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닿을 때,

‘지금의 나’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게 트라우마이자, 회로의 기억이다.


나는 통증을 없애기보다 이해하려고 한다.

통증이 말해주는 신호를 들어보면,

대개는 “이제 그만 멈춰도 돼”라는 뜻이었다.

또는 “조금만 쉬어줘” 혹은 “다른 방향을 봐줘” 같은,

작은 부탁이었다.


통증은 결국,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언어다.

그 언어를 무시하면 고통이 되고,

들어주면 회복이 된다.


이제는 통증이 찾아올 때

무조건 버텨내지 않고,

그 감각을 그대로 두려 한다.

그 안에는 아직 닫히지 못한 나의 조각이 있고,

그 조각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진짜로 낫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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