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SNS를 보다가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를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곡이었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는 떠나야 할 때를 알면서도 떠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마저도 외면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남편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면 이해하고 품었어야 했는데, 내 마음은 늘 어지럽고 흔들렸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무너졌고, 조용한 다툼 하나에도 쉽게 부서졌다. 그러면서도 끝내지도 못한 채, 서로를 지치게 하며 상처만 주고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엔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길 바랐다. 어디로든,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떠나는 게 더 쉬울까, 남아 있는 게 더 쉬울까. 그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어느 쪽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저울질만 하다 보니 시간은 흘렀고, 결국 나는 여기에 남아 있었다. 남겨진 자리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상처들이 남았고, 그 상처들을 껴안은 채 문득 생각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덜 미련하게, 덜 비겁하게 살았을 텐데. 떠날 거였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났을 것이고, 남을 거였다면 최소한 상처는 덜어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참는 선택을 했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로 남고 싶어 했다. 혼자 튀지 않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아이.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그 습관은 계속되었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텐데’라는 생각.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실패했다고 보이는 것도 두려웠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내 마음은 외면한 채, 주변의 시선만 신경 쓰며 살아갔던 그때의 내가 돌아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랑하기로, 남기로 한 이유는 내 선택을 믿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희망을 가지고 싶었다. 포기는 언제든지 나중에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포기해버리면 우리 사이엔 어떤 개선의 여지도 남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조금씩 우리 부부는 안정을 찾아갔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작은 말투 하나, 서로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눈빛 하나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나는 어렵고 힘든 점보다는, 그 어려움을 통해 발전한 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상처를 대비하기보다, 행복을 먼저 누려보기로 했다. 의심보다 믿음을 꺼내기로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시 실망하거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냥 한 번 믿어보고 싶다.
매일 올라오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런 나를 나는 다시 믿기로 했다. 기다리는 건 어렵고, 의심 없이 사랑하는 건 더더욱 어렵지만, 나는 매일 그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오늘은 꼭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