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라는 중고차 업체에서 중고차를 샀다. 새 차를 사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반짝이는 차에 처음 시동을 걸고, 그 특유의 새 차 냄새를 맡으며 달리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처럼, 그런 여유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천만 원이 넘는 차이는 내게 너무 컸다. 그 돈이면 몇 달, 어쩌면 몇 년을 더 단단하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형편에 맞는 차를 골랐다. 내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를 샀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새 차 안 샀어?”, “중고는 좀 그렇지 않아?”, “그 돈이면 조금만 더 보태서 좋은 차 사지.” 가볍게 던진 말들이었겠지만, 그런 말들은 언제나 가볍게만 들리진 않는다. 처음엔 ‘뭐, 다들 각자의 의견이 있으니까’라고 넘겼지만 반복되다 보니 그 말들이 마음속에 침전되었다. 결국,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내가 고른 차는 부족한 걸까?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부모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좀 보태줄 테니 새 차로 바꾸지 그랬어.” 그 말이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아온 입장에서, 더는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모님 역시 여유롭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나를 위해 또 무언가를 쓰게 만드는 게 괜히 죄송스러웠다.
케이카는 구매 후 3일 안에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처음엔 그 점이 참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3일 동안 내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내가 이 차를 타도 되는 걸까, 환불하고 다른 차를 봐야 할까. 주변의 반응은 그 혼란을 더 키웠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꽤 열심히 알아보고 골랐는데’라는 생각과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엇갈렸다.
나는 가격과 상태, 옵션, 후기, 여러 비교 사이트까지 밤마다 들여다보며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렇게 선택한 차에 ‘아롱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작고 단단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고, 처음 시동을 걸던 순간엔 조용히 혼자 웃기도 했다. 아롱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런데 그 조용한 기쁨은 축하받지 못했다. 축하 대신 조언과 비교가 먼저 다가왔다.
요즘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축하보다 조언을 먼저 하게 되는 걸까. 왜 ‘잘했어’보다 ‘왜 그렇게 했어?’가 더 쉽게 나오는 걸까.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지금 선택은 충분히 괜찮아”라고 말해왔다. “너는 잘하고 있어. 남의 말보단 너 마음이 중요해.” 그렇게 말하던 내가,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했다.
아롱이를 타고 첫 주행을 하던 날, 그 작은 공간 안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내 마음을 안아주고 싶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하지만, 선택보다 어려운 건 그 선택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깊게 박히는지도.
삶은 가끔 이유 없이 벅차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샀다는 사실조차 누군가의 기준 앞에서는 평가받는다. 축하 대신 의심을, 기쁨 대신 조언을 먼저 받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점점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말인데—
누군가 저한테 아롱이 잘 샀다고, 예쁘게 끌고 다니라고, 안전운전 하라고, 좋은 길만 달리라고… 따뜻한 축하의 말을 해주면 참 좋겠습니다. 그 말이, 지금의 저에겐 참 간절하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