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시간은 어디쯤일까

by 감정의 조각들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는 건, 내가 지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요즘 나는 대학원 지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언제쯤 연락이 올까,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하지만, 시간은 생각만큼 빠르게 흘러주지 않는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때는 나만의 미래를 꿈꿨고, 빨리 자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 속의 나는 어쩐지 부족한 어른 같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지금이 더 두렵기도 하다.

평소에는 "시간아, 천천히 가라"고 바라면서도, 어떤 날엔 "그냥 훌쩍 지나가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함께 있다. 모순적이지만, 둘 다 나의 진심이다.


그런 마음은 주로 두 가지 상황에서 찾아온다. 하나는 견디기 힘든 순간, 다른 하나는 설레는 기대가 앞서는 순간이다. 힘든 날엔 그 시간이 얼른 지나가길 바란다. 직장에서 마음이 상하거나, 남편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던 날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랄 때가 많다. 어쩌면 내 마음의 온도가 식을 때까지 시간이 나를 안아주길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시간을 허비하고 싶어서 잠을 오래 자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책에 몰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무심한 척 하루를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또 괜찮아져 있다. 시간은 그렇게, 때로 나를 통과해가며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진다.


기대되는 일이 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좋은 소식이 얼른 오길 바라지만, 그 시간은 유독 더디게만 흐른다. 결과가 궁금하고, 그날이 빨리 오길 바라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대와 설렘은 아름답지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불안과 함께 무거워진다. 그래서 오히려, 조용히 오늘을 잘 살아내는 일이 기다림을 버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는 걸 요즘 들어 조금씩 느끼고 있다.


한때는 '시간은 소중하다'고 자주 되뇌며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있는 걸까? 정말 간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걸까?

직장에 다니며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뭘 위해 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특별히 열정이 있는 것도, 명확한 방향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야 내가 내 삶에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기준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 나는 조금 더 소중하게 시간을 쓰고 싶다.


사실 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통스러운 날은 두 배속으로 지나가고, 행복한 순간은 멈춰 있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리모컨은 현실에 없다.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간을 살아낸다. 무작정 걷기도 하고, 멍하니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느껴지는 속도는 모두 다르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하루는 일주일 같고,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도 시간은 더디고 무겁게 흐른다. 마음이 머물러 있는 곳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에겐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 기다림이 언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거라고, 오늘의 이 감정들이 먼 훗날엔 고마운 기억이 되어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시간을 지나며, 시간을 견디며, 조금씩 나만의 속도로,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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