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돈을 더 많이 모으고 싶은 나의 욕망이다.
이과 출신인 나는 글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운이 좋다면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또 얼마나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돈이 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나는 내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글로 돈을 벌고 싶다.
처음부터 돈에 이렇게 집착했던 건 아니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듯이, 남편이 금전적으로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혼 초기, 나는 알지 못한 채 남편이 주식, 코인, 각종 투자에 손을 대며 우리가 모은 전세 자금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 만들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다. 배신감과 슬픔에 빠졌고, 이혼을 고민하며 법률 상담도 받아보고, 이혼 서류까지 접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3년을 버텼다. 남편의 행동은 도박과 다를 바 없었고, 나는 도박은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변하리라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 믿음은 여러 번 무너졌고,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바보처럼 믿고 있는 건 아닐까?
남편에게 상담을 권했지만, 결국 그는 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변화시키고 싶어 혼자라도 가족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나 혼자만 상담을 받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담은 내 마음을 달래는 데 집중되었고, 상담사조차 이혼을 권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결국 상담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그저 이해하고 사랑과 믿음을 주면 언젠가는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겪은 감정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남편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수십 통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하루에도 열 번씩 화가 나고, 내 처지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남편의 월급은 빚을 갚는 데 쓰여, 생활비나 기타 비용은 모두 내 몫이다. 열심히 벌어도 돈이 모이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이혼하지 않고 계속 같이 사는 거야?"
사실 나도 같은 의문을 가졌다. 한 번뿐인 인생,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며 함께 살아야 하는 걸까? 아이도 없는데 이혼하고 새로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객관적으로 봐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2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혼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고, 나 자신도 당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시대에 이혼이 흠이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이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다음 이유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이 아까워서였다. 남편과 잘 살아보려고 금전적, 정신적으로 3년을 노력해왔다. 그동안 너무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제 와서 포기한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늦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편 곁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만약 남편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우리가 다시 믿음을 되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나는 다시 함께 돈을 모으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남편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고, 나는 그 과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남편의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받고, 같이 논의하고 해결해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숨기기에 바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우리 사이에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 남편은 사실 이혼을 원하지는 않을까? 내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자주 접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바꾸려고 하면 더 괴로워질 뿐이라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나는 남편이 변하기를 바라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 그러나 변화 없이 이대로는 생활이 너무 힘들다. 남편의 행동은 내 삶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느꼈고,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변하길 바랐다. 동시에 내 마음도 편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남편의 사고 이후, 나의 태도와 사고방식도 많이 변했다.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모르겠지만, 돈에 대한 절박함이 커졌다. 절약하려는 마음이 강해졌고, 함부로 돈을 쓰지 않게 되었다.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한때 우울감에 빠졌을 때는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제는 모르겠다. 사랑만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 삶의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내 글이 끊긴다면, 그것은 내가 이혼한 후 내 삶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이혼을 하고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면, 나는 한층 더 성장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선택이 어떤 모습일지 장담할 수 없지만, 나는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