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식'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를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변명으로 넘기고, 잘못된 행동에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태도로 정의했습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없었던 일처럼 무마하려는 방식이죠.
저희 부부는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남편이 결혼 초부터 저 몰래 부적절한 투자를 했고, 그로 인해 전 재산을 날리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위기가 해결되는가 싶으면 반복적인 투자로 새로운 위기를 만들고, 이 생활이 3년이 넘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이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안정감을 느낀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혼을 고민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며 몇 년을 버텨왔지만, 만약 제가 언젠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사랑이 식어서도 아닌, 바로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월급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월급일이 되어도 아무 말이 없죠. 어려운 마음으로 제가 먼저 물어보면 일부만 보내고, 이후에도 설명 없이 침묵합니다. 제가 다시 따져 묻자 여전히 얼렁뚱땅 넘기려 합니다. 사과도, 해명도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이야기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서로 감정만 상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저도 지쳐서 말조차 꺼내고 싶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제는 내가 그래도 되게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힘들어집니다.
돈을 받아도 문제입니다. 월급을 얼마를 받았고, 얼마를 운용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그냥 주고 싶은 금액만 줍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명확한 문제 상황과 해결 과정인데, 한 번도 속 시원한 답변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요? 강한 자존심 때문일까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부족하거나 못난 모습을 숨기고 싶어서일까요?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책에서 주인공은 두 남자를 두고 고민하는데요, 한 남자에게는 본인의 어려운 가정사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진짜 사랑한다고 느끼는 남자에게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솔직하지 못합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이 구절을 보며 남편을 이해하려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거짓말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가 관계를 망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대화의 단절입니다. 본인이 먼저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니 제가 나서서 문제를 꺼내야 하고, 그때조차도 제대로 된 반응이 없으니 대화 자체가 점점 피곤해집니다.
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회피하려다 보면 거짓말이 하나씩 추가되는데, 모든 것을 일일이 증명할 수 없으니 상대방은 거짓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불신은 커지게 됩니다.
관계도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고 숨기기에만 급급하니 상대방은 배척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부부 관계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고, 저처럼 부부 공동의 돈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혼자만의 판단으로 문제를 회피하려 하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피하는 태도'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 상황은 그대로 남아 있고, 본인은 잠시 편할지 몰라도 결국 다시 마주해야 합니다. 초반에 솔직하게 해결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말이 더해지고 복잡해지며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로 변해갑니다.
저도 역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합니다. 문제 상황이 닥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짜증부터 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려 하거나,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식'을 경험하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키운다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먼저 올바르게 행동해야겠지요.
정면으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는 자세가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덜 주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회피와 침묵이 아닌, 솔직함과 책임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렵고 불편한 길일지라도, 진정한 신뢰와 행복은 그 길 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