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 vol. 2 – 각자의 작은 전장에

by 나성훈


letter.B 두번째 책이자 첫번째 역사 서적은 한명기 교수가 쓴 ‘병자호란’입니다. 2013년에 나온 책인데요. 두 권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읽고, 좋아서 선물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 펼쳐보니 자세한 내용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아 새 책을 펼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역사 서적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구체적인 사실과 연도, 지명, 사람 이름이 나오고 대부분 친절하지 않습니다. ‘병자호란’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요. 일반적인 역사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점입니다.


6000668767_f.jpg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온라인 서점)


Book

‘임진왜란은 반전의 계기였다. 선조는 파천하기 직전 광해군을 왕세자로 지명했고, 피난길에 올랐던 신성군은 죽고 말았다. 광해군은 왜란 당시 분조 활동을 통해 왕세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분조란 ‘나눠진 조정’이자 ‘임시정부’였다. 당시 선조는 최악의 경우 압록강을 건너 명으로 귀순하려 했다. 이에 왕세자 광해군에게 인사권 등 권력을 일부 떼어주고 각지를 순행하면서 전쟁을 지휘하고 민심을 수습하도록 했다. 광해군은 함경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등을 주유하며 전투를 독려하고 의병을 모집하는 등 분조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무엇보다 그의 활약을 통해 조정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사서들에게 알림으로써 민심을 수습하는 데 공을 세웠다.’ – 병자호란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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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을 언급하기 앞서 임진왜란을 말해야 합니다. 임진왜란 하면 무능한 임금의 표본인 ‘선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물론 선조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선조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갈 생각을 합니다. 광해군에게 분조 활동을 맡긴 것도 꼭 그를 신뢰했다기 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떠난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왜란 전에 선조가 각별히 아꼈다는 신성군과 그의 삼촌 김공량 같은 사람은 막상 큰 도움이 안 되었거나 같이 도망가야 할 처지였을테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광해군은 망해가는 나라를 지탱하는 현장 지휘조로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연산군과 광해군은 폭정을 일삼은 나쁜 임금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정권 다툼으로 생긴 평가였기에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오지만 선입견을 지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그의 공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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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이 일어난 배경에는 기존 강호 명나라와 신흥강국 청나라의 다툼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낀 조선은 큰 목소리도 몇 번 내지 못하고 국제적인 격랑에 휘말렸습니다. 압도적인 힘을 갖지 못한 나라가 살아 남는 건 참 고단한 일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런 힘을 가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고요.


그래서 우리가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역사 서적을 보는 건 비슷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함이니까요. 지금도 사실 아주 큰 위기 상황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돌고 있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 지역 경제, 우리의 소소한 삶까지 위협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 북한과 일본의 온갖 이상한 리더들 사이에 우리나라가 존재하고요. 참 숨막히는 시간입니다. 이때는 오랜 지혜부터 최신 기술까지 모든 걸 모아 돌파해 갈 수 밖에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두를 응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 삶의 ‘현장 지휘조’가 되어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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