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 vol. 5 – 이이제이

by 나성훈

제일 허탈한 일은 아마도 남의 싸움을 싸우는 일일 것입니다. 내 생각이 아니고, 내 감정이 아니고, 내 문제가 아닌데 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마 그럴까 하겠지만 돌이켜 보면 남의 생각, 남의 화, 남의 이해관계를 듣고 보면서 우리는 일희일비하지 않나요?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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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조와 서인들이 광해군대의 ‘난정’과 ‘재조지은 배신’ 등을 내세워 ‘반정’을 성공시켰지만, 신하인 처지에서 무력을 동원하여 임금을 몰아낸 행위는 유교정치의 명분에서 보면 몹시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인조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으로부터 승인을 얻어내는 일이 절실했다. – 병자호란, 42p’


‘모문룡은 “조선의 새 국왕이 현명하고 힘을 합쳐 오랑캐를 토벌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조를 찬양했다. -42p’


‘그러나 명 본토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같은해 6월 14일 주문사 일행이 면담했던 등래순무 원가립의 반응은 몹시 부정적이었다. ~그는 북경에 보낸 주문에 덧붙인 글에서 조선의 정변을 ‘찬탈’이라 규정하고 ‘중국의 승인 없이 함부로 광해군을 쫓아낸 역적들의 죄를 성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광해군을 복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44p’


‘필자엄은 결론적으로 ‘인조를 바로 책봉하지 말고, 정변의 정당성 여부를 충분히 따져보고 조선이 후금을 토벌한 공적이 드러난 뒤에 책봉하자’고 주장했다.’ – 47p’


Bee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는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명 쪽으로 노선을 정합니다. 애초에 조선은 명에 의지하고, 명을 따르던 상태였기에 그들 입장에서는 평소와 비슷해졌다고 느낄만 합니다. 하지만 후대에 우리가 볼 때는 인조의 선택이 구태의연하고 실리를 모르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유교 국가이기에 의리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해서 당시 떠오르는 실세인 후금을 배척하면 나라가 멸망 위기에 놓일텐데 그 정도 판단력이 없는 인조가 한스럽습니다. 선조에 이어 인조까지 조선은 판단력이 흐린 리더를 연이어 갖게 된 것입니다.


조선에 머물던 명의 장수 모문룡을 힘입어 명나라로부터 조선 왕으로 임명 받으려는 인조와 신하들의 계획은 생각만큼 쉽게 수행되지 못합니다. 자기들은 의리를 지키고 은혜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명나라 쪽으로 노선을 정했지만, 명은 당장 실리가 급한 입장이었습니다. 후금에게 연전연패하는 상황에서 조선의 소원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었습니다. 인조반정을 ‘찬탈’이라 여기고 광해군을 다시 세우라는 요구, 인조를 바로 책봉하지 말고 후금을 정복하기 위한 도구로 쓰자는 의견 등 명은 조선을 이용할 생각만 하는데 조선은 명이 인정해 주기만을 바랍니다. 슬픈 짝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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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이 없고 남에게 의존하면 힘 있는 사람이나 존재에게 끌려 다니게 마련입니다. 조선은 머리를 명에 맡기고, 명의 인정만 바라며 살았습니다. 명은 지키지도 않는 진한 유교적 도리를 품에 안고 뭐라도 콩고물을 떨어트려 주길 바란 것인지도 모릅니다.


힘이 없어도 생각이 결기 있고 똑바르면 자기 길을 갑니다. 남에게 인생을 맡기지 않습니다.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명나라에게 제대로 인정 받지도 못하고, 맥없이 후금과의 전투에 노출된 병자호란 전후 조선의 운명이 참 안됐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역사서를 읽는걸텐데요. 우리 자신도, 이 나라도 흔들리지 않는 줏대를 갖고 자기 길을, 자기 의지대로 가면 좋겠습니다. 싸워도 내 싸움을 싸워야죠. 자기 생각을 굳건하게 하는 주말 되길 바랍니다. 한 주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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