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하나만 해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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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인조 정권이 제시했던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시급한 것은 민심을 안정시키고 재정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특히 재정 문제가 절박했다. 재정을 확보해야 후금의 침략에 대비할 군사력을 양성하거나, 후금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세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가도의 명군과 요민들을 접제하고 명사들을 접대하는 데 소요되는 ‘친명’ 비용, 왜관에 물자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비용 또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심 안정과 재정 확보는 서로 모순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재정의 대부분을 백성들에게서 거둬들이는 이상, 과도한 징세는 민심을 이반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민심을 고려하면서도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까? - 병자호란 204p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집중하기 어려운 오늘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종종 하게 되면서 시간 관리, 마인드 컨트롤, 소통 문제 등 해결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조바심은 나지만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그런 나날입니다. 잠시 쉬어 보기도 하고, 머리를 덜 쓰는 일을 해서 집중력을 높여 보기도 했지만 유독 오늘은 통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그리고 옆에는 1분에 한 번씩 나를 부르는 아이들이 있는 총체적 난국의 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마음 쓰이는 일도 많았고요. 이럴 때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오늘은 포기했습니다. 다 덮고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머리만 뜨겁게 되다가 모든 걸 잃을 것 같은 위기감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만 두길 잘했습니다. 아마 계속 일했어도 피곤하기만 하고 결국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인은 범위가 좁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봐야 몇 가지 정도지만 국가 차원의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우선 순위를 주장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한 번 고삐를 놓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집니다. 현재 전세계의 코로나19 사태와 총선을 앞둔 우리의 상황이 그렇겠지요. 이런 저런 목소리들이 한 번에 터지면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정묘호란이 끝난 후 인조 정권이 다스리는 조선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별다른 방비도 못하고 왕은 강화도로 들어갑니다. 그 사이 후금군은 물밀 듯 밀고 들어옵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대기하며 화친을 강요하긴 했지만 후금군이 주둔하는 동안 황해도 지역은 엉망이 됩니다. 인조가 후금과 화친을 맺은 뒤에는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각지에서 광해군을 복위 시키겠다는 군사적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일어납니다. ‘가도’ 라는 섬에서 조선의 피를 빨아 먹고 살던 명나라 사람 ‘모문룡’과 그의 부하들이 조선인을 수탈하는 것도 정도가 점점 심해집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우선은 재정 문제였습니다. 바닥 난 나라 살림을 채워야 전쟁에 대비하고, 각종 비용을 내며, 주변에서 위협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재정은 백성들로부터 나옵니다. 백성들을 달래려면 세금을 내려야 하는데, 세금을 내리면 재정구멍 납니다. 재정 구멍 이후에는 명, 후금, 일본, 조선 백성 등이 도미도처럼 밀려올 것입니다.
인조 정권은 이 위기를 극복했을까요? 결국에는 병자호란이 난 걸 보면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미 진 싸움이라 생각하여 정묘호란 당시 강화도로 숨어 들었던 인조의 모습을 보면 그게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낼거라 여겨지지 않습니다.
정답은 아닙니다만, 결국 어떤 식이든 단호함이 많은 일을 해결한다고 봅니다. 사방에서 위기가 몰려올 때 딱 하나만 붙들고 돌파해 나가야 다른 일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들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무너질 확률이 높습니다.
마음 복잡한 나날, 처리해야 할 일이 밀려 드는 상황에서도 우선 하나만 제대로 끝낸다, 이 정신으로 위기를 잘 이겨 나가시길 바랍니다. 모든 일에 다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최선일 때가 있습니다. 병자호란과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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