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정확하게 사고했다.
Book
나보다 두 살 어려 스물두 살밖에 안 되었지만 우리 이탈리아인들 중 알베르토만큼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베르토는 당당하게 수용소에 들어왔고 상처 입지 않고 타락하지도 않은 채 수용소에 살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빨리 이 삶은 바로 전쟁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스스로 응석 부리는 것 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 불평을 하거나 자신과 타인들을 연민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는 첫날부터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를 지탱하는 건 지혜와 본능이다. 그는 정확하게 사고했다.
– 이것이 인간인가, 84p
저는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선 피하고 본 것 같습니다. 고개를 처박고 있으면 뭐라도 지나갈 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려운 문제는 더 큰 어려움이 되어 나를 덮쳤습니다. 외면의 대가는 컸습니다. 직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 놓치곤 하는 것입니다.
‘지금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말로 그렇습니다. 중요한 일은 거의 하기 싫습니다. 그건 어렵고, 두렵고, 머리를 써야하며, 한 번에 끝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외면하면 사소한 일들이 내 삶을 가득 채우곤 합니다. 사소한 일로 가득 찬 하루는 사소한 인생을 만듭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이것이 인간인가’에 등장하는 ‘알베르토’라는 이탈리아인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수용소에 들어온 날부터 ‘이 삶은 전쟁’이라는 걸 받아 들였습니다. 전쟁터에서는 군인처럼 적극적으로 살아야지요. 그런다고 죽거나 다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죽을 확률은 더 올라갈 뿐입니다.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싸워 전쟁이나 전투 상황을 종식 시키는 게 최선일 것입니다. ‘알베르토’는 그 법칙을 지켰고, 응석도, 불평도, 자기연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알베르토’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는 내 삶을 무엇이라 받아 들이고 있는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이 삶은 아주 아프고 치열한 전쟁터 같은 곳인데 나는 멀리 있는 안락을 끌어다 쓰며 안이하게 지내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번 긴장하고 급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종일 일하고 돌아와서 다시 군인 같은 마인드로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쉬어야 해….’ 이 한 마디가 자꾸만 현실 인식을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 삶이 전쟁터인지, 평화의 왕국인지, 흥미진진한 놀이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테고요. 다만 알베르토처럼 ‘그는 정확하게 사고했다.’ 같은 또렷한 정신을 갖고 싶습니다. 그는 물론 생존을 위해서 극한 상황에서 그리 한 것이겠지만 일상의 우리도 자기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은 필요합니다. 지혜롭고 본능적으로 나의 하루를 파악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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