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 vol. 17

– 별은 가장 확실한 자료다.

by 나성훈


Book

나는 황병기 선생께 전화를 드려서 내 사정을 말하고 자료를 소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황선생은


- 자료라. 자료가 아주 없지는 않고, 있기는 있는데…...


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내가 거듭 조르니까, 황선생은 말했다. 그 말씀을 지금 그대로 옮기기는 기억이 멀지만, 요약하자면, 자료는 ‘별’이라는 것이었다. 밤하늘의 별은 우륵이 보았던 바로 그 별이고 또 지금의 별이니까 별은 가장 확실한 자료다…… 나는 별을 보고 했다…… 이런 말씀이었다.


나는 전율했다. 이것이 예술가로구나! 글자로 된 자료, 남이 만들어 놓은 서물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게으른 자, 눈먼 자, 눈을 떠도 안 보이는 자의 허송세월이었다.


나는 별의 은총을 빌기로 했다. 서울은 밤마다 불야성이고 먼지가 하늘을 덮어서 별을 볼 수 없으므로 나는 우륵의 고향, 대가야의 고토인 경북 고령의 별을 보러 갔다. – 연필로 쓰기, 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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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흥왕의 정복 전쟁이 성공한 걸 축하하기 위해 ‘우륵’은 가야금 곡을 지어 바칩니다. 그 노래가락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황병기 선생은 당시 광경을 상상하며 ‘하림성’ 이라는 대금곡을 지었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에서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uZXoY_WtaEc&feature=youtu.be


‘우륵’의 발자취를 따라 자료를 찾던 김훈 작가는 황병기 선생에게 자료를 요청합니다. 황병기 선생은 ‘별’을 말합니다. ‘밤하늘의 별은 우륵이 보았던 바로 그 별이고 또 지금의 별이니까 별은 가장 확실한 자료다…… 나는 별을 보고 했다……’



예술의 원천은 남이 만든 자료에 잊지 않습니다. 어떤 고유함, 오리지널리티에 닿아야 예술이 탄생합니다. 그래야 사람을 울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 단순하고 당연한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남이 뭐라 하는지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자료만 찾아 보다가 정작 예술적인 몰입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오리지널이 나올리 없지요.



책 내용과는 별 상관 없습니다만, 오늘 세월호 6주기를 추도하며 1인 시위를 잠시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뿐. 조금이나마 마음을 같이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일 역시 그들의 마음에 귀 기울여야겠죠.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고, 같이 대책을 마련하고. 그때에야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국민들은 이미 진심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울림에 반응하는 건 정치의 몫입니다. 우리는 연대한다, 정치는 응답하라!


Remember 0416, 하루도 잊은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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