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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입니다. 오늘 letter.B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이라는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중 일부를 게재합니다. 오늘 하루라도 깊이 세월호를 기억합시다.
정말 온 맘을 다해 사랑했어요.
건우 아빠는 며칠 전에도 퇴근 후 술 한잔 하며 마시다 울다를 되풀이했어요. 저 사진 앞에 술상을 놓고 건우와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지요. (건우네 집은 들어가자마자 거실 벽에 건우 사진들과 성모상과 초가 놓여 있다. 어머니 아버지는 오갈 때 늘 이 사진을 보며 건우에게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건우가 간 후에도 술 마실 때마다 건우 아빠는 닭날개 하나 맥주 한잔 이렇게 건우 사진 앞에 꼭 놔요. 그러면 제가 마음이 안 좋아요. “그러지 말지” 하면 “아니야, 건우도 줘야지” 그래요. 며칠 전에도 생각 나서 같이 마신다며 상을 사진 앞에 들고 가더니 역시나 울고…. 결국 (거실 반대편을 가리키며) 이리로 옮겨서 마셨어요.
우리 건우는 키가 작아 나이보다 어려 보이지만 저희는 어린 아이처럼 대하지 않고 뭐든지 같이 이야기하고 나누며 그렇게 살았어요. 아빠 꿈이 건우 크면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그러는 거였어요. 그래서 작년 추석부터는 건우 아빠가 이제 술도 배울 나이라며 건우에게 술을 가르쳤지요. 어차피 배울 거면 아빠한테 배우라고. 그러면서 맥주 한잔을 줬어요. 그리고 앞으론 명절, 휴가, 생일 때는 술 한잔씩 해도 된다고 했지요. 아빠가 건우에게 술을 가르치던 날 건우가 참 좋아했어요. 아빠가 자기를 어른 대접한다고. 자기는 우리집 같은 집은 없는 것 같다고. 공부하라고도 안 하고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고. 친구들한테도 자랑을 했나봐요. 우리 아빠는 나를 인정해준다고.
저희는 정말 온 맘을 다해 사랑했어요. 아빠도 나도. 건우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며 아이를 억압하지 않고 키웠지요. 누나 (송이)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아서 제가 그걸로 너무 힘들어하다 지금 이 공황장애가 왔기 때문에 그 이후로 아들에게는 통제하거나 뭘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아이가 즐겁게 잘 자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큰아이 사춘기 때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지라 억지로 부모가 몰아야 큰다고 생각 안 했어요. 그래서 건우는 자기 하고 싶은 걸 솔직히 말하고, 생생히 살아서 스트레스 없이 늘 맑고…. 저 미소 보세요. 얼마나 해맑은지.
우리 식구가 다 그래. ‘나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건우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교통사고라거나 병이라면 운명이라고 하겠는데, 이건 사고라지만 국가가 죽인 거죠. 그리고 어떻게 한 학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한날 한시에 죽는 운명이 있을 수 있겠어요. 말이 안 되죠. 이번에도 김건우만도 세명이에요. 세명의 김건우가 같은 운명이라구요? 그걸 받아들이라구요? 말도 안 되지요. (단원고 김건우 셋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건우 아빠가 애주가예요. 요즘은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며 매일 마셔요. 전에 제가 일주일에 이틀은 못 마시게 했는데 이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그냥 둬요. 저는 울어서라도 풀지만 건우 아빠는 어떻게 푸나 싶어서. 그래서 친구들 만나서 마시고 오라고 해도 안 가요. 자기 마음 아픈데 좋은 척하기도 그렇고, 계속 얼굴 구기고 있기도 그렇다구요. 그래서 거의 집에서만 마셔요. 저는 술을 못하는데 이야기라도 받아주며 같이 있어요. 전에도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닌데 이 사건 이후로는 나 혼자 두고 나가기 불안해서도 거의 안 나가요. 그동안 친구 거의 세번 만났나. 그것도 한 친구만, 다른 친구들은 거의 안 만나요. 술 먹고 막 그럴 기분도 아니라도. 오로지 나만 옆에 있으면 된다고. 오로지 나만 지키면 된다고. “(대책위) 나가서 다른 아버님들과 어울려봐” 그러면 “나가면 뭘해. 나는 말주변도 없고 자기만 있으면 돼” 그러고 안 나가요. “가서 좀 만나. 그걸 내가 원해” 그러면 “그거는 말고” 그래요. 그래도 제가 가족들 투표 이런 거 갈 수 없으니까 거기 갔다오라면 그건 해요. 그러곤 제 곁만 지켜요.
딸 (송이)은 이 사건 이후 아이를 (건우의 누나에게는 네살짜리 아들 라익이가 있다) 떼어놓지 못하고 위험한 곳에 절대 보내지 않아요. “엄마도 아무데도 못 가고 있는데 너도 그러면 어떡하냐” 라고 제가 딸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이런 일이 흔하지 않다고 말하면 송이는 “어쩌다가 일어나는 일이 왜 내 동생한테 일어났어. 많으니까 일어난 거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일이 많은 거야, 엄마” 라며 불안해해요. 라익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봉고차 타고 체험학습장에 가는데 그걸 아예 못 보내더라구요. 그 정도로 애가 두려움이 심해요. ‘애가 이렇게 작은데 나 없이 버스 타고 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라구요. 그러니까 걱정인 거예요. “그래도 애가 재밌어 할 텐데….보내지?” 라고 하면 자기가 다른 데 데려가 재밌게 놀게 한다며 아무데도 안 보내요. 또래하고도 놀고 그래야 하는데. 아이가 이제 네살이거든요, 이해는 가는데 이게 계속 가면 라익이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없을 테고, 걱정이에요. 일단은 저도 보내지 말라고는 하는데….
- 금요일엔 돌아오렴, 2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