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B] vol. 20

[letter.B] vol. 20 – remember 0416

by 나성훈


오늘만 유일하게 책을 인용하지 않고 글을 쓰겠습니다.


세월호 6주기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나 모르겠습니다.


처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를 포함해 모두 심상하게 보았을겁니다.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국가에서 알아서 할거라 믿고 무심히 지나쳤을 것입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는 3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 큰 배에서 아무 손도 써보지 못한 상태로 무심히 바다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저지른 최악의 범죄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공범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금 자라는 우리 어린 아이들은 세월호 사건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기에 교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책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어 일정 부분 느낄 수는 있어도 현 세대만큼 피부에 와닿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른의 의무. 그런 걸 생각합니다. 이 말도 안되고 무시무시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그 일을 직접 겪은 우리 세대가 철저하게 교훈을 얻어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정신과 사회 구조, 정치와 일상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다시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세월호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합니다. 어떤 일도 생명 보다 앞서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정권도 왕처럼 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어떤 부정과 부패도 이 사회에 더이상 끼어들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절대 떠서는 안되는 배를 출항 시키는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자기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화면에 나와 눈물만 흘리는 무능한 정치를 바꾸어야 합니다. 아직도 세월호 가족들을 향해 험한 말을 내뱉는 정치인과 일반인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그들과 싸우고, 이 사회에 다시는 발을 딛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우리는 다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멸망할 것입니다.


심한 말 같지만 진실입니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공동체에 미래는 없습니다.


세월호를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고, 고통 당한 이들과 연대하고, 어떤 것도 생명보다 앞서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 일도, 이해관계도, 승리와 패배도 생명보다 앞서서는 안됩니다. 생명이 있기에 일도, 이득과 손실도, 승패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빛나는 우리 아이들, 그 귀한 생명을 잘 길러야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기 살 길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아는 아이들로,


죽어가고 지친 동료에게 구명 조끼를 내어줄 수 있는 아이들로,


누가 뭐라해도 망해가는 공동체와 배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아이들로,


길러야겠습니다.



그게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입니다.


4월 15일 총선이 있었고, 4월 16일 세월호 6주기, 그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닻으로 삼아 우리 삶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길 바랍니다.


remember 0416, 기억하고 책임지고 행동하겠습니다.


4.16 연대 홈페이지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letter.B] vol. 19 – 금요일엔 돌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