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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물음 끝에 정경원이 서 있었다. (…) 나는 정경원이 서 있는 한 버텨갈 것이다. ‘정경원이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이끌고 나가는 때가 오면’ (…) 그때를 위해서 하는 데까지는 해보아야 한다. 정경원이 나아갈 수 있는 길까지는 가야한다…… 거기가 나의 종착지가 될 것이다. (2권 313쪽) – 연필로 쓰다, 382p
이국종 의사가 쓴 ‘골든아워’ 중 한 부분 입니다. 아마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김훈 작가와 이국종 의사는 충실한 직업정신과 성격적 단호함으로 비슷한 면모를 보입니다. 이국종의 글에서 김훈이 보이고, 김훈의 글에서 이국종이 보입니다.
이국종 선생 곁을 지키며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한 ‘정경원’이라는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경원 선생이 있기에 이국종 선생은 어려움을 버티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자기 자리를 물려 받을 때까지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는 스승. 뒤를 따라 오도록 최대한 멀리 가려는 '먼저 태어난 사람'의 자세가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일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는 언제까지 같이할 수 있을까. 내가 먼저 자리 잡은 영역은 어떻게 인수인계를 해줘야 할까. 단순히 일을 넘기는 것 이상으로 함께하는 동료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나는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옷깃을 여미듯 마음을 다잡습니다. 내가 갈 수 있는 끝까지 가서 길을 열어줘야겠다 다짐합니다. 따라오는 길이 혹은 같이 걷는 길이 부끄럽지 않도록 오늘 하루 진실하게 살고 일해야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그 이상 재능도 없고, 행운으로 얻는 성공은 갖고 싶지 않습니다. 1+1=2, 인 지극히 당연한 인생. 그런 것을 꿈꿉니다.
내 갈 길이 있고, 그 길에 동행할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큰 복입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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