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백석의 '북신'에 따르면, 영변의 국숫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고기'를 걸어놓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그림은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나온다. 이 생활의 풍경은 그야말로 고구려적이다. 큰 짐승을 잡아서 통째로 갈고리에 걸어서 매달아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그림이다. 나는 이 고구려의 일상을 보면서 소수림왕 때나 광개토대왕 시절의 냉면을 떠올린다.
- 연필로 쓰기, 김훈
(안악 3호분 벽화)
삼국 시대는 아주 먼 옛날입니다. 옛날인만큼 현재와 사는 모습이 다를거라 생각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았나봅니다. 고구려 당시의 풍경을 묘사한 '안악 3호분' 벽화를 보면 저게 과연 '옛날'이라 불릴 수 있는 풍경인지 의아합니다. 화면 한 켠에는 음식 하는 사람이 보입니다. 중앙에는 갈고리에 걸린 돼지고기, 음식을 탐하며 기다리는 개처럼 생긴 형상도 보입니다. 우편에는 인력거 비슷한 운송 수단도 있습니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화면 왼 편에는 쉐프, 중앙에는 바베큐, 우측에는 차가 주차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현대의 식당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책 내용과 상관 없이 고구려의 이 풍경이 충격입니다. 현대와 다르지 않아 그렇습니다. 무심결에 옛 것은 다르고 혹은 후진적이라 생각했나봅니다.
김훈 작가는 '연필로 쓰다'에서 또 하나의 고분 벽화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대안리 1호분 벽화)
베 짜는 사람입니다. 베틀의 형식은 아마 이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표정과 헤어스타일, 악세서리, 옷 등입니다. 요즘 사람이 그렸다고 해도 믿을만큼 우리 눈에 익숙한 회화입니다. 저 당시에는 왠지 돌도끼 들고 사냥이나 했을 것 같은데 섬세한 베 짜는 작업에 패션까지 신경 쓴 모습입니다. 현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먹고 사는 일도, 복색도.
오늘은 굳이 의미를 찾지 않고 글을 맺으려 합니다. 고구려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의미 있는 독서였습니다. 새삼 시대 구분이 어색하게 느껴져 이쯤에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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