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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Jun 28. 2020

[letter.B] vol. 35 - 죄인들의 모임


Book                 

자기는 신 앞에서도, 사람들 앞에서도 머리를 들 수 없는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교회라야 한다. 


- 길은 여기에, 81p



교회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말이 나온지 2000년은 넘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교회가 시작한 이후로 이런 말을 계속 해온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렇습니다. 말 따위 아무래도 좋습니다. 실제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둘러싼 의무론과 신학적 담론들이 허탈하게만 느껴집니다. 세상 털끝 하나 바꿀 수 없으면서 자기들만의 우물에 푹 빠져 나올 생각을 않습니다. 이건 제가 기독교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교회는 너무 늦었습니다. 


교회에게 필요한 건 갱신이 아닙니다. 부활입니다. 예수처럼 죽었다 살아나지 않으면 교회에는 더이상 소망이 없습니다. 교회에는 엉망진창인 사람들 투성이고, 그 정도는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개선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그저 지금까지의 교회에 종식을 선언하고 아주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전에는 아무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우라 아야꼬의 고전적인 생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신 앞에서도, 사람들 앞에서도 머리를 들 수 없는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무리가 교회라면 어떨까요? 그런 사람들로만 교회를 재구성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겁니다. 인위적으로 사람을 배치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교회'라는 의미 자체를 리셋해서 스스로 죄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교회를 일구도록 권하자는 것입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자신을 죄인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의인 뿐입니다. 내가 의인이기에 다 옳고,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죄인 같은 누군가를 들일 틈이 없습니다. 교회에는 자신을 의인이라 여기는 사람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절망은 반복됩니다. 


조심스레 기독교를 탐구한 미우라 아야코. 그처럼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한 멸망 후에 완전한 부활. 기독교의 희망은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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