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및'이 없어 행복한 노동

by 나성훈


및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그리고, 그 밖에, 또라는 뜻이라는데 '벚꽃축제 그리고/그 밖에/또' 어느 말이 들어가도 어색하다. 게다가 벚꽃축제와 보석 박물관 기차여행의 길이가 너무 길어 '및'이라는 접속사로는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및'을 기준으로 시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이산 벚꽃축제 및 익산 보석 박물관 기차여행'이라고 쓸 수밖에 없던 사람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 처음에는 '마이산 벚꽃축제'만 있었을 것이다. 담당자는 기획안을 들고 상사에게 간다. "너무 단순한 거 아냐? 뭔가 쌈박한 게 없을까?" 담당자는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익산에 보석 박물관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그곳이 익산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예산 대비 손해가 나지 않을 거리에 쓸만한 게 있기만 하면 된다. '좋아, 보석 박물관' 담당자는 상사에게 두 안을 붙여 가져가고 상사는 그 내용을 기안하라고 했겠지.

'-및-' 관청 용어로 덧칠해 기안서를 낸다. 및이 아닌 그리고, &, 와 등을 썼다간 반려당할 확률이 높다. 이전 문서에도 및이고, 와 따위가 통과된 적도 없다. 조금 더 간결하게 쓴다거나 창의성을 발휘했다가는 확인과 반려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담당자는 이미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안이 통과되길 기다렸다가 현수막 제작 업체에 의뢰했을 것이다. "기본으로 해주시고요, 벚꽃이랑 기차 이미지는 꼭 넣어 주세요." 탬플릿 형태로 세팅된 현수막 틀 안에 이미지가 들어간다. 글자 색깔은 아마 업체에서 선택했을 것이다. '짜잔' 마이산 벚꽃과 익산 보석에 기차까지 탈 수 있는 상품이 등장했다. '짜잔'


우선은 저 '및'을 빼면 좋겠다. 쉼표로 잇거나 둘을 통칭할 수 있는 주제를 담은 제목으로 바꾸고 상세 내용이 마이산과 익산을 넣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양쪽 이미지 중 기차만 써도 좋겠다. 하단에 자주색 바 좀 빼고. 주관과 문의는 저 정도로 강조할 사안이 아닌다. 여행 문의는 왜 때문에 노란색인 건데.


근본적으로는 저런 카피와 디자인인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좋겠다. 담당자도 의사결정자도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이지 표현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기왕 돈 써서 뭔가를 만들 바에는 제대로 해야지. 그래야 다른 업계도 먹고살지. 상생, 상생 말만 하지 말고. 의사결정 단위도 간소해져야겠다. 윗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붙이라는 사람들, 관행이 아니면 아무 시도도 않는 사람들에게 저런 결정을 맡기면 '및'이 나올 수밖에.


'및' 없어도 되는 회사, '및' 없어도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 그 '및'이 마치 고객과 상사 사이에서 시소추 역할을 하는 담당자처럼 보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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