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한 스푼.

by 나성훈
KakaoTalk_20170329_162318554.jpg


'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건물주? 주변 상가? 재건축 업체? 과천 6단지 재건축으로 이사 나온 나로서는 저 '축'을 볼 때 매우 배알이 꼬인다. 나는 심란한데 누군가에게는 축하받을 일이라니. '시동'도 문제다. 자동차냐. '진행 중'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행 안에 이미 중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재건축으로 과천이 몸살이다. 각자 사정이 있기에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정 붙이며 살던 곳에서 무작정 떠나야 하니 마음이 쓰리다. 자본의 논리, 건물주의 이익에 세입자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떠나라니 떠나고 가라니 갈 뿐이다.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은 초짜는 부동산 업자 상대하기도, 성난 집주인을 달래기도 힘들다.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황소개구리처럼 배를 부풀리고 있는 거다. 그러니 피곤함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일종의 '배려'를 바란다. 돈 많은 당신들이야 축이든, 경축이든 망이든 절망이든 잘 살 테고, 살 곳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을 테고 꼭 이곳이 아니어도 살림살이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다르다. 칼 같은 현실에 상처받는데, 현수막에서 축하까지 하는 걸 보면 인생 전체가 짐짝처럼 느껴진다. 한 하늘 아래 한 땅을 밟고 사는 존재들끼리 서로 배려 한 번 해주면 어떤가.


'축' 말고 그냥 건조한 언어로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시동'도 '진행 중'도 '재건축' 한 마디로 통합할 수 있다. 이왕 현실의 아픔을 달래 줄 자신이 없다면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축하에 놓인 수많은 세입자들이 괴롭지 않게 배려해주면 좋겠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입장은 바뀌게 마련이고, 작은 국면에서 쌓은 사회적 연대와 신뢰감이 언젠가는 부자인 당신이 어려움 당할 때 도움의 손길로 작용할 수 있을 테니.

필요하다. 한 스푼의 배려가.

작가의 이전글'및'이 없어 행복한 노동